폰카에 렌즈도 못 찾아서 제 손가락이나 찍는 사람

으음...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 이 카메라를 처음 샀을 때부터 내게는 뭔가가 좀 무거운 느낌이라 계속 아슬아슬함을 느끼며, 그래서 반드시 손목줄을 사용하곤 했는데 어쩌다 한 번 손목줄을 안했더니 결국은!

EOS M100액정 파손

무거운 편이기 때문에 (렌즈포함 406g) 그 만큼 떨어진 충격도 컸던지 액정이 나가버렸다. 전원을 넣어보니 불은 들어오는데 셔터도 눌러지지 않고... 그러니까 액정만 나간 게 아니라 속도 상해 버렸을 수 있다고 보인다.

캐논 카메라 AS 접수

암튼지 일단 AS에 전화 해보는 것이 상식인지라 그리 했더니 일본과의 관계와 코로나 때문에 부품조달이 어려워 빨라도 일주일 늦으면 열흘 이상도 걸릴 수 있다 한다. 수리비는 액정만 나갔을 경우 아주 조금 모자라는 18만 원. 기계 속에도 이상이 생겼으면...? 모르겠다, 일단 가보기는 해야 사람이지.

대구에서 택시 타고 가는 길[사이드 미러에 비친, 언제나 어질고 너그러운(?) 울 큰 언니]

벌써 맡기고 오는 길이다. 혼자서는 길에 잘 나서지 않는 희한한 어리광 때문에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 번 겨우 놀러다니는 큰 언니를 기어이 불러내 같이 움직였다. 착하기도 하지... 딸도 아니고 제목만 큰 언니지 나이 차이 겨우 두 살 (만으로는 거의 세 살이지만)밖에 나지 않는데 정말 스무 살은 더 어린 동생 대하듯 내게 끝없이 인내하는, 고맙고 미안한 존재다. 하지만 그 동네에 볼거리가 많았는데 힘들다고 구경은 하나도 못하게 하디라, 할망구!

폰타에 찍힌 손가락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전화기를 들고 삐릭삐릭 셔터를 눌러대니 "전화기로 찍는 연습하나?" 한다. 묻지 않아도 결과물을 보니 연습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전화기의 카메라 렌즈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 아닌가? ㅎ;;

[우리 동네에 접어들어 그나마 바깥 풍경이 한산해졌다]

이곳도 징그럽게 큰 도시다, 왕복 택시비가 24,000원 나왔으니 수도권에서 경기, 인천, 서울을 넘나드는 사람들에게야 우습겠지만. 하긴 지금 내가 사는 이 동네는 국민학교 시절에 버스도 잘 없는 산골짜기라 계절마다 단체로 소풍을 올 정도로 외진 곳이었으니 지금의 확장이 내게는 엄청나게 느껴질만도 하다.

대구 눈에 띄는 건물

본격적으로 우리 동네 쪽으로 돌아서는 오거리 왼쪽에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어 저절로 눈길이 갔는데...

오늘, 확실히 재수 없는 날 맞다! 삼백 년 만에 밖에 나와서 어디 볼 게 없어 저걸 보노, 젠장!!!

허둥지둥 나가느라 엄마 갔다오께~ 도 하지않고 나갔다 왔지만 야속하다는 표현도 없다. 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언제나처럼 그저 무릎고양이일 뿐인 짠하고 또 짠한 내시키...

맑은 막걸리와 튀김의 조합[막걸리, 맑은 물만 마시는 습관은 탁주를 마시면 숙취가 심하기 때문에 생긴 버릇인데 그저께 김희선씨가 미우새에 나와 맑은물만 맛있어서 막걸리 병을 서빙할 때 핵폭탄 다루듯이 조심 하란다고 해서 ㅎㅎ, 스스로에게 '네가 김희선급이가?' 했었다. 왜냐하면 좀 사치스런 술버릇이라 여겨왔기 때문에]

온냐가 이거 사주려고 일부러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내리게 해 얻어온 튀김, 막걸리 병에서 맑은 물만 따라서 아무 생각없이 와구와구 먹고 마셨다. 와중에 오징어 튀김은 겁나 맛있더라. 그러면서 깨먹은 카메라 같은 기종은 요즘 얼마에 팔리나 알아보니 거의 2배로 가격이 내려 앉았더라. 구입한지 이제 만 3년도 안 됐다고 기억 하는데 세상은 그만치 숨 돌릴 틈 없이 급변하고 있다는 뜻일게다.

카메라 알아보는 중

수리를 하고 어쩌고 하느니 렌즈는 멀쩡하니 차라리 이 참에 본체를 약간 업그레이드 하는 게 어떨까 해서 알아보는 중... 술을 마시고도 어렵게 잠이 들었는데 작은 언니 바이올린을 깨먹고 수리에 맡기고 고쳐받아 내가 연주를 해보는 등 하 어수선 꿈을 꾸다가 동도 트지 않은 새벽에 눈을 뜨고 말았다.


눈이 빠지도록 아침 9시가 되기를 기다려 AS중지 요청을 하고 택배로 물건  돌려받기로 한 다음 택배비 입금을 하고서야 한 숨 돌린다. 그런데 이제 사진은 우째 찍을건데, 폰카는 렌즈도 못 찾아서 제 손가락이나 찍고 앉은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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