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냥 형제의 상호 그루밍은 계절상품

눈만 마주치면 치고박고 하악질 대작렬 하던 두 고양이 형제가 날이 차가워지면서 어느 날부터 서로 엉덩이를 맞대고 예사로이 엎드려 있는 풍경이 관찰되기 시작한지 며칠이 됐다. 

나란히 엎드린 고양이 형제

아마도 늦더위 없이 가을이 일찍 찾아온 때문인가 싶다. 고양이들은 기온에 민감해서 조금만 더워지면 서로 언제 봤냐는 듯 데면데면, 그리고 조금만 추워지면 어떻게든 상대와 체온을 나눠 가지려 애를 쓰게 되는데 이런 면 때문에 고양이의 변덕이 심하다는 말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긴하다.

나란히 누워 있는 예쁜 고양이 형제

실제로 고양이들은 변덕스러운 게 아니라 그들을 대하는 인간들이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생긴 오해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요즘은 두 녀석이 어디에 있거나 이렇게 엉덩이를 서로 붙이고 앉아 있는 일이 잦은데,

마주보는 고양이 형제

오늘은 나란히 잘 엎드려 있다가 철수가 자세를 바꾸려는 바람에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그런데 경철의 표정에서 왜애앵~ 하고 공습경보의 사이렌이 울렸다는 게 드러난다.

대치하는 고양이 형제

내가 봤을 때는 철수는 그냥자세를 바꿔 앉으려 했을 뿐인데 경철에게는 아직 서로 엉덩이 붙이고 앉은 것 외에 다른 것을 하기에는 날이 덜 추운 모양이다.

싸우는 고양이 형제

공연히 경계의 표정을 보였다가 철수의 심기를 건드려 솜방망이를 선물로 받게 생겼는데... 철수가 손을 들어올리자 마자 하얀 넘, 저 표정 좀 봐라. 이미 한 대 얻어 맞을 걸 단단히 각오하고 있는 모양이다.

언짢은 표정의 고양이

나 같으면 저 정도 오버에는 한 대 제대로 솜방망이질을 했을 법한데 철수 고양이, 역시 대장답다. 표정은 여전히 언짢지만 슬그머니 손을 내려놓고 생각보다 빠르게 팔랑팔랑 가볍게 경계부터 하고 보는 쫄보 동생을 용서하고 만다.

긴장한 표정의 고양이

한 편 이 하얀 쫄보는 "우이C, 죽다 살았네" 한 대 들어오는 줄 알고 눈까지 질끈 감았는데 조용히 끝이나니 마징가 귀와 잔뜩 치켜진 눈동자가 아직도 잔뜩 쫄아있다는 것이 보인다.

눈을 동그랗게 뜬 고양이

드디어 제 형이 끄응~ 하면 돌아누웠다. 경철 고양이의 표정이 적의 뒷통수에 대해 아까 공연히 쫄았던 일에 대한 복수를 제대로 할 모양으로 보인다.

먼 산을 보며 생각에 잠긴 고양이

그러다 잠시 먼 산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섣불리 손 댔다가 되려 당하면 어쩌지?" 했던 것일까?

슬쩍 집사 눈치를 보는 고양이

그리고는 슬쩍 집사 눈치도 본다. 솜방망이질이 난무하면 집사가 마음 상해 한다는 걸 알고 있는 눈치다.

제 형 뒷통수에 그루밍을 해주는 동생 고양이

그러더니 느닷없이 몸을 숙여 제 형 뒷통수에 입을 가져가본다. 짧지만 분명한 그루밍이다!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그리고는 다시 집사의 눈치를 본다 - 사진을 순서대로 올렸으니 입을 한 번 댔다가 뗀 것은 분명한데 왜 다시 얼굴을 들어올렸는지, 그리고 왜 집사 눈치를 보는지는 가늠이 안 된다. "형에게 그루밍 해도 형아가 가만히 있을까요?" 하고 묻는 것이었을까?

형에게 그루밍 하는 동생 고양이

오잉? 느닷없이 내 제 형 뒷통수에 대고 다시 그루밍을 시전하신다? 경철의 두려움과는 달리 철수에게 그루밍은 언제나 OK다. 반가운 마음에 얼굴을 돌려 맞그루밍을 해주려는 찰나,

동생을 올려다 보는 형 고양이

이 쫄보 고양이 정면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그루밍 하는 일은 아무래도 아직 좀 무서운 모양이다. 철수의 눈빛을 보니 느닷없는 그루밍 선물에 꿀이 뚝뚝 떨어지는구만 눈치 없는 하얀 넘은 제 쫄보 멘탈을 숨기지 못하고 3초도 지나지 않아 몸을 일으키고 만다.

편안한 표정의 고양이

"아쉽다..." 집사도 아쉽다...

생각에 잠긴 하얀 고양이

"내가 왜 갑자기 그런 짓을 했을까...?" 제 스스로도 이해가 어려운 모양이다. 하지만 이 일련의 행동을 지켜본 집사는 네가 왜 그랬는지 안다 이 눔아! 이제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냥냥형제의 상호 그루밍은 기온이 적어도 영하로는 내려가야만 겨우 볼 수 있는 계절상품이 됐는데 좀 이른 상호 그루밍 시전에 스스로가 좀 놀랐을 뿐인 것이다. 아직 어리던 시절에는 하루종일 엎치락뒷치락 싸우다가도 한 바구니에 끼어들어 잠 들기 전까지 내내 서로 그루밍을 해주두만 나이 좀 들었다고 계절상품이라... 고양이들 세계에도 "가족끼리 그러는 것 아니야!"라는 불문율이라도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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