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에게 추석상을 차려줬더니

추석이 가까워지니 당일이 되기 전에 미리 냥냥형제 추석 선물 해주라고 즈들 큰 이모가 금일봉을 보내왔다. 오매~ 고맙구로!

고양이 동결건조 간식[왼쪽은 경철 고양이가 환장하는 명태 트릿, 오른쪽은 시험 해보고 싶었던 양고기 트릿]

입금 소식이 들리자마자 다 털었다. 제한식이 하느라 그 좋아하던 동결건조 간식을 모두 끊고 이런저런 영양제 요법으로 경제적 여유마저 없어 내내 맛 없어 죽겠다는 항알러지 또는 LID식만 먹이고 있어 낙이라고는 1도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얼마나 가뭄에 단비 같은 금일봉이었는지!


사실 오른쪽의 양고기 트릿은 아이들이 먹어주리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거의 접해본 일이 없었던 단백질이라 식이역반응이 오지 않는다면 양고기가 주성분인 주식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으리라 큰 기대를 하면서.

테이블 아래의 고양이 형제

요즘 들어 지정석이 된 침대 위 테이블 아래,

심심해 보이는 고양이 형제

너무나 심심해 보이는 고양이 형제에게 위 그림의 그릇을 들이미니

눈이 동그래진 고양이

"음? 이게 무슨 냄새?" 철수 고양이의 눈이 먼저 똥그래진다.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맨새 맡는 고양이

이 핑꾸빛 콧구멍은 이미 벌름벌름~

손으로 간식을 끌어당겨 먹는 고양이

철수 고양이는 명태를 먹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레 양고기 한 점을 들이미니 제 손이 먼저 마중나와 "빨리 가져와 부아!" 하듯 급하게 끌어당긴다.

양고기 트릿을 맛있게 먹는 고양이

다행히 입에 맞는 모양이다, 꽤 큰 덩이인데도 찢어주길 기다리지 않고 입에 넣어 와작와작 씹어댄다.

간식이 맛있는 태비 고양이

진리의 콧잔등 주름!

혀 위에 간식을 얹은 귀여운 고양이

이 녀석은 집사가 집어서 입에 넣어줄 필요도 없다. 제 스스로 그릇으로 돌진, 저 혀를 보면 다른 설명이 무에 필요하랴~ ㅎㅎ 집사, 기쁘다.

이마에 주름을 만들고 간식 먹는 고양이

진실의 이마 주름, 코주름~

양고기 트릿을 먹는 고양이

철수도 오랜만에 그릇에 준비해간 트릿을 모두, 경철에게 한 점도 남겨주지 않고

콧잔등을 찡그리고 간식 먹는 고양이

와그작와그작~

혀를 내두르며 간식을 먹는 고양이

헛둘헛둘 하듯 혀를 날름거리며 게눈 감추듯 삼켜버린다.

스스로 간식을 챙겨먹는 고양이

경철 고양이는 이미 그릇을 스스로 차지하고 앉았기 때문에 집사가 챙겨서 입에 넣어줄 필요가 없다.

형 고양이를 경계하는 동생 고양이

제 형이 덮칠까봐 옆눈으로 경계를 해가며

열심히 간식을 먹는 고양이

그릇에 얼굴을 들이박고 숨도 안 쉬듯 열심이다.

간식을 좀 더 먹고 싶은 고양이

식탐도 별로 없는데다 명태는 먹지도 않는 철수는 이미 무관심, 하지만 주변의 냄새를 아직도 맡고 있는 걸 보니 양고기가 두어 점 더 있으면 좋겠는 모양이다.

간식을 다 먹은 고양이

그리고 이 고양이, 치켜뜬 눈치를 보아하니 그 사이 그릇이 비어버린 모양이다.

그릇이 비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하는 고양이

"다 먹었나? 믿을 수 없다..." 정말로 그릇이 비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하는 눈치다.

집사를 째려보는 고양이

"엄니, 진짜로 이게 전부요?"

콧구멍이 벌렁벌렁 하는 고양이

또 콧구멍이 벌렁벌렁 한다. 그릇이 비었다고 포기하는 건 철수 고양이나 하는 짓이지 우리집 하얀 먹신 고양이 사전에는 그런 것 없다.

동생을 바라보는 형 고양이

뒤에 있는 철수 고양이 "아이고 한시한 시키!" 하는 표정으로 제 동생이 하는 짓을 보고 있다.

마주 보는 고양이 형제

"엉아, 니가 다 먹었나?"

먼 산을 보는 태비 고양이

이럴 때는 상대를 안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진작에 터득한 철수 고양이, 아예 시선을 피하고 상대를 안 해 버린다.

먹을 것을 더 달라는 고양이

"엄니...!"

"그만 먹어, 더 먹으면 설사 해~"

아닌 게 아니라 이 녀석은 무엇이든 넘나 맛있어 하는 걸 양껏 먹으면 반드시 묽은 떵을 싸서 똥꼬에 딱지를 달고 다니기 때문에 더 줘서는 안 된다.

빈그릇에 다시 한 번 머리를 박아보는 하얀 고양이

하지만 의지의 하얀 고양이, 혹시 인간이 제 말을 못 알아들어 안 주는줄 알았는지 빈그릇에 다시 한 번 머리를 박아본다. "이거, 여기 있던 이거 달란 말여~"

잠시 생각에 잠긴 눈치인 고양이

그래도 인간이 꿈쩍을 않자 잠시 생각에 잠긴 눈치더니

식탁 앞의 하얀 고양이

훌쩍 뛰어내려 식탁으로 다가가 집사를 기다린다. 저기 서서 "먹을 것 하나도 없네"면서 이 그릇 저 그릇 들여다보며 서성이면 집사가 반드시 뭔가를 꺼내 준다는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알러지 있는 고양이에게 추석상이란 이렇게 초라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지만 이런 추석상이나마 받을 여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스런 일인지, 철수는 양고기 먹은지 4일 정도 됐는데 아직 식이 역반응을 보이지는 않는 걸로 보여(한 달 이상 먹여봐야 알지만) 양고기 단백질은 먹여도 되겠구나, 해결책을 하나 찾은 느낌이라 집사도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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