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는 미치고, 고양이는 지치고...

내가 미쳤지, 정말 미쳤지~ 왜 이딴 걸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푼돈이라도 주고 사서는... 철수가 하도 배를 그루밍 해대는데 집에 있는 넥카라는 너무 커서 화장실에도 못 들어가길래 조금 작은 걸 산다고 한 것인데 그냥 목쿠션 역할도 못할만큼 작은 사이즈다. 과장하면 좀 두꺼운 넥타이 한 정도?

미친 넥카라

안내 된 사이즈는 가장 넓은 쪽을 잰 모양이다. 게다가 조임끈도 없어서 쑥 빼고 쑥 끼우고, 고양이에게 그런 게 통하리? 가장 큰 문제는 밥을 못 먹는다. 넥카라가 하도 작아 입을 그릇에 가져가면 넥카라가 입보다 먼저 밥을 먹어 고양이 입에는 전혀 들어가지를 않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이즈의 넥카라는 그릇 밑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밥 먹는데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데 말이다. 아무튼 뭘 나무라겠노, 내가 미쳤지! 자세히 안 보고 구입한 내 탓이니 우짜노 버리기는 아깝고 세탁해서 밤 새 말린 다음 아침에 채워주니

넥카라를 빼 달라고 애원하는 고양이

철수는 평소의 성격과는 다르게 이렇게 시덥잖은 넥카라라 해도 뭔가 몸에 걸쳐져 있으면 거의 얼음이 된다. 지금은 집사 품에 기어올라와 이거 제발 좀 빼달라고 고롱고롱 하는 중이다.

넥카라를 하고 힘들어 하는 고양이[이것 좀 치워달라고 애원하는 표정이다]

하루종일 뺐다가 씌워다가를 반복했다. 밥도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하니 하루종일 아이 동정을 살피면서 그루밍을 시작하면 씌웠다가 움직일 필요가 있어보이면 벗기고... (사실 이 넥카라는 쓰고도 배 그루밍이 되던데 쓰고 있으니 무조건 불편해서 맨몸일 때보다는 시도를 덜한다)

넥카라를 하고 지친 고양이

"엄니, 이것 좀 벗겨 주소~" 애원을 하다하다 지친 표정이 되더니

지쳐서 늘어져버린 고양이

결국 두 팔을 앞으로 나란히 뻗고 지쳐 늘어져 버렸다

앞으로 나란히 팔을 뻗은 고양이

암만 배털 지키는 게 중요해도 이러고 지쳐 늘어진 꼴을 그냥 보고 있는 건 거의 학대에 가까운 짓이지 싶다. 게다가 밥 먹고 싶다, 화장실 가고 싶다 등, 말을 하는 아이들이 아니니 더더욱. 

동굴로 피신한 고양이

그래서 까짓 거 하루 썼으면 본전은 뺐다, 하고 꺼내주니 얼른 바구니 동굴로 기어들어가 깔개까지 걷어내고 맨끝에 딱 붙어 누워 절대로,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않을 태세다. 무지하게,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이는 중성화 수술을 했을 때도 넥카라를 해 본 적이 없으니 갑자기 이게 무슨 스트레스인지 소화가 어려울 것이다.

사이키 조명 아래 고양이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어 관심을 덜 받는 하얀 고양이, 가끔 사이키 조명을 틀어주면 그걸 들여다보며 기분전환을 하는듯 보일 때가 있어 오늘도 잠시 기분전환 중.

엎드려 잠 자는 하얀 고양이

그것도 잠시, 맛있는 것이 갑자기 없어지니 하루종일 이 자세로 거의 움직이지를 않는다.


오늘은 성분 때문에 끝까지 절대로 사고 싶지 않았던 로얄캐닌 하이포알러제닉을 순전히 기호성 하나 믿고 사 먹였다. 사실 경철 고양이는 귓병 이 외에는 다른 문제가 없는데 철수 때문에 더불어 고생 중이라 볼 수 있어 부엌으로 몰래 불러다 간식이라도 좀 먹일까 생각도 들지만 요즘 겨우 잠잠해진 귓병이 두려워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하이포알러제닉이라도 먹고 좀 나아지려나...밤 11시가 넘은 현재 시각까지는 그루밍에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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