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잃은 적도 없고 앞으로도 잃지 않을 것이다

2달 동안 생식본능 LID토끼를 먹이다 철수 상태에 별 진전이 없어보여 '먹고 죽자'는 심정으로 예전에 먹던 쓰레기 같은, 하지만 기호성 하나는 끝판왕인 파우치로 바꿔 먹인지 일주일쯤 됐나,

내 고양이가 겪는 탈모

잘 먹어서 감자 생산량이 제 자리로 돌아와 한시름 놓았던 것도 잠시, 남들 눈에는 똑같아 보이겠지만 젖꼭지 주변만 제외하고는 솔솔 느리게 올라오던 털이 더더욱 심해진 그루밍으로 다 빠져버렸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허벅지, 종아리 관절 부분도 엉망이 됐다. 그리고 그 맛있다는 파우치를 주기 시작하니 LID 건사료는 입도 안 댄다.


그루밍 못하게 하려고 지독한 맛이 나는 프로폴리스 가루를 물에 개어 배에 발라보기까지 했지만 소용없다, 그 독한 걸 다 핥아 먹을 정도로 가려운 모양이다.

혀를 내밀며 밥 먹는 고양이

토끼 LID도 획기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이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행히 남아있던 파우치가 있어 아침밥으로 주니 경철 고양이는 일단 먹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 그거라도 먹어라...

밥 먹는 표정이 행복하지 않는 고양이

그런데 먹는 표정이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은 집사 기분 탓일까?

생각에 잠긴 듯한 고양이

정말로 진지하게 마뜩잖은 표정인 걸로 보인다.

해먹 위의 고양이

그나마도 철수는 아예 냄새도 안 맡고 해먹 위로 피신 해버렸다.

하품하는 고양이

째지게 하품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집사가 억지로 끌어내려 밥이나 약을 먹일까 해서 자신을 진정시키는 중일게다. 와중에 입 속이 옛날보다는 깨끗해 보여 다행이라 여겨지는 것은 어떻게든 긍정적인 면은 찾아 위안을 삼고 싶은 집사 마음인가 싶다.

해먹에 엎드린 고양이

그리고는 배 째라...?

해먹 사이로 빼꼼 내다보는 고양이

아무 말도 행동도 없이 자리를 피하는 척하자 빼꼼, 해먹 구멍 아래로 집사를 내려다 본다. 그래 먹기 싫으면 굶어라. 죽을 병 아니면 죽을 때까지 굶지는 않더라...

고양이가 밥 먹고 떠난 자리

그리고 돌아서니 보이는 경철 고양이가 식사를 마치고 떠난 자리. 밥을 먹은 것이 아니라 이걸 먹으라고 준 것이야? 했던 그 표정 그대로의 뒷모습이다. 반 파우치를 쥤는데 90%를 그릇 밖으로 내던졌...


방법을 못 찾겠다... 

어지러운 집사 머리에 요즘 자꾸 떠오르는 예전에 꽤 친하게 지냈던 분에게서 받은 댓글 하나

"아이를 잃으셨을 수도 있잖아요"

사람 자식 없이 혼자 사는 내게 아이가 없는 이유를 이렇게까지 짐작해 말로 내뱉는 사람이 있었는데 "무서운 말씀을 하시네요"라 대답하고 정말로 생각 없고 무서운 사람이구나, 정도로 지나갔는데 요즘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내 고양이 형제들과 집사가 이리 고생하는 것을 보며 슬며시 웃고 있을 것만 같은 피해의식, 나비효과...

밥 먹고 그루밍 하는 고양이[그나마도 먹었다고 생각하는지 그루밍을 한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그 분 보란듯이 이 난관을 극복해내고 싶다. 나는 아이를 잃은 적도 없고 앞으로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일으키는 심술스러운 마음이 누군가에게 독을 품은 나비의 날개짓이 되지 않게, 원망이 되어 돌아오지 않게 내 마음 또한 잘 돌봐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단단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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