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양이 형제에게 아침밥을 차려준 상황이었다.
원래는 철수 고양이의 밥을 저쪽 건사료가 있는 식탁에 차려주고 경철 고양이는 바구니로 만든 간이 식탁에 차려주는데 이유는 철수가 등을 돌리고 면벽을 해서 먹어 경철이 보이지 않아야 마음 편히 저 먹을 만큼 끝까지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날은 철수가 몹시 배가 고팠는지 집사가 각자의 식탁으로 자리를 잡아주기 전에 철수가 먼저 달려와 눈에 보이는 그릇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경철이 밥 먹는 제 형의 등에 얼굴을 들이대고 "야, 그거 내 밥 아니야?" 하는듯 보였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휙 돌아보고 슬금슬금 자리를 비켜줬을만한 철수가 경철의 신호를 개무시 하고 그냥 밥을 먹고 있다.
그런데 경철의 이 행동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에이, 상대 할 넘이 못 된다" 또는 "네깟 넘 갈궈서 내가 뭐 하리?" 일까 머리를 부르르 흔들더니
금새 정색을 하고 걸음을 뗀다. 집사는 살째기 이 뭐지? 하는 느낌이 든다. 평소 같으면 기어이 제 형을 물리치고 밥그릇을 차지 했어야 정상인데 말이다.
하지만 기분은 뭔지 개운치 않은지 꼬리를 채찍처럼 휘릭휘릭 휘두르며
제 형을 지나간다.
철수 눈치를 보니 제 동생이 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듯한 눈치다, 아니 어쩌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저 멀리 어쩔 수 없이 제 형 몫으로 차려진 밥에 가서 허기를 때우는 경철 고양이의 모습이 흐릿하게 잡힌다.
경철은 이미 밥 먹는 일에 열중하고 있고 그제서야 철수가 흘깃 경철의 눈치를 살핀다.
철수의 표정을 보니 경철이 뒤에서 깐죽거리던 걸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제 형의 시선이 등 뒤로 느껴졌을까 밥 먹다 말고 뒤를 돌아보더니 "메렁~" 한다.
뭐지, 이 두 녀석 사이에 틀림없이 무엇인가가 오간것 같은데 집사만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묘묘 형제 사이에 흐르는 이 묘한 분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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