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하다 대박 놀란 고양이

집사인 나도 몰랐다. 철수 탈모 때문에 신경이 몹시 날카로워져 있는 것이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고양이 그루밍에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뷁!"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러니까 완전자동이었다고나 할까...

몹시 당황한 모습의 고양이

이것이 방금 그루밍 하다가 집사의 "뷁!" 때문에 깜짝 놀라 귀가 쫑긋, 이게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이해를 못해하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불쌍한 철수 고양이의 모습이다.

놀라서 집사를 쳐다보는 고양이

"설마 엄니가 그랬어?" 믿을 수 없다는 듯 집사를 멍한 눈으로 한 번 쳐다보고

주변을 살피는 고양이

사랑하는 엄니가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도대체 누가?" 하듯 주변을 둘러본다. 암만 둘러봐도 청력이 없어 세상 편히 사는 제 동생 경철 고양이와 뷁! 하고 제 풀에 놀라 손까지 덜덜 떠는 집사가 있을 뿐이다.

마징가 귀를 한 고양이

"엄니가 그랬단 말이지..." 뭔가를 깨닫는 표정이다. 당연히 그루밍을 그만 두고 나름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작전이었는지, 집사가 설마 진심으로 화를 냈나 떠보려는 생각이었는지 밥 달라고 앵앵~ 매달렸다. (쓰레기 성분의 밥으로 다시 바꾼 후로 이 녀석은 한 파우치를 한 자리에서 거뜬히 비운다, 쓰레기가 아닌 좋은 밥은 반 파우치도 안 먹는데 말이다)

그루밍 자세로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식사 후, 침대 위 집사 발치에서 다시 뱃살을 그루밍 하지 시작한다. 집사는 돌아버리겠다. 아까 큰소리 낸 것도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그나마 이제 겨우 나오려고 삐죽삐죽 애 쓰는 털들을 또 그루밍으로 뽑아내는 꼴도 더 보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정말로 애절하게 "철수야, 제발 좀..." 했더니 집사를 한 번 힐끗 돌아보고는 잠시 얼음이 돼 있다가

침대 위에 엎드린 고양이

이내 배를 대고 엎드려 버린다. 저로서는 집사가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뭘 하면 집사가 싫어하는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루밍을 시작 하려는 고양이

사리분별 할 줄 아는 건 난청이라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엔가 젖꼭지에서 피가 찔끔 나도록 오버그루밍을 한 후로 계속 뱃살 그루밍을 단속 중인데 마침 시작 하려던 찰나에 딱 걸렸다. 이 녀석은 가만히 다가가 제 다리를 내려 배만 덮어주면 그 자리에서 그루밍을 멈춘다.

집사를 발견하고 당황한 고양이

오늘은 다리를 올리기도 전에 다가갔으니 여차하면 다리잡아 내리려고 대기를 타고 있었는데 제 쪽에서 먼저 집사가 다가온 걸 눈치 채고는

잠을 청하는 하얀 고양이

미련 없이 그냥 엎드려 버린다. 철수의 증상도 이 정도만이라면 얼마나 고마울까...

해먹에서 그루밍 중인 고양이

그루밍을 저지 당한 철수 고양이, 이럴 때는 언제나 해먹으로 피신한다. 여기 올라오면 집사의 간섭을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으니까.

깜짝 놀라는 고양이 표정

그런데 갑자기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이 표정은? 침대 위에 올라서서 해먹 안을 이윽히 들여다보고 서있는 집사를 발견한 때문이다.

해먹에서 놀란 표정을 짓는 고양이

"헉! 이를 어쩌지?" 정말로 대박 놀란 표정이다. 그루밍질을 하면 집사가 싫어한다는 걸 뻔히 앎에도 불구하고 그루밍 욕구를 누를 수 없을 정도로 가려우니 스테로이드를 먹거나 이사를 가거나... 스테로이드는 몰라도 곰팡이가 창궐하는 이런 집에 살고, 나가지도 못하는 것은 순전히 집사 탓이니 그루밍 하지 말라고 자꾸만 난리를 치는 것도 스스로의 무능함 그리고 죄의식을 덮기 위해서일 것이다.

손바닥을 그루밍 하는 고양이

"어, 엄니, 그게 아이고 내가 이 손바닥이 좀 가려워서 씻고 있었어요~" 이 모든 트러블이 하면 안 되는 그루밍을 하는 제 탓인줄로만 아는 착하고 짠한 내 시키... 이 세월도 나아지겠지,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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