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찾지 못한 숨은 고양이

아침마다 경철 고양이가 밥 먹고나서, 어떤 날은 밥 먹다가 숨는 건 이제 일상다반사가 됐다. 오늘 아침에도 역시 밥 먹고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 할 일 하려고 두 녀석이 밥을 먹는 동안

고양이 형제의 영양제

영양제와 유산균 그리고 귀청소 도구를 준비 해 들어왔다. 경철의 귀는 2 주 동안 다시 약을 먹고 지금은 깨끗하지만 하도 재발이 잦아서 수시로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에 사실 집사도 할 짓이 아니다. 어느 집사가 내 고양이가 그리도 싫어하는 짓을 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가끔은 집사가 딴 짓 하는 틈을 타서 고양이 녀석이 먼저 침대로 숨을 때도 있는데 이럴 때는

침대 밑에서 걸어나오는 고양이

집사가 얼굴을 들이밀고 나와나와 하기보다는 무작정 침대 밑에 카메라를 들이밀면 화면으로 아이 위치 파악이 되고 그 후에 천장으로 향하는 플래시를 켜서 셔터를 누르면 사진만 찍는 줄 알고 제 발로 걸어나오기도 한다.

요염한 자세로 앉은 고양이

아 그런데 오늘은 이 사내 녀석이 이렇게 요염한 자세로 앉아서는 셔터를 수십 번 눌러도 꿈쩍을 않는다. 그래, 그러면 잠시 기다리지 뭐~

숨은 고양이 찾기[경철 고양이는 이 장면 안에 들어있으니 찾아보시기를~ 정답은 맨 아래 사진에서 가르쳐 드림^^]

한참 다른 일을 하다가 이제 지겨워서라도 나올 때가 됐는데, 하고 셔터를 눌러보니 어라? 고양이가 온데간데 없다!

침대 아래는 텅 비어 있다

혹시나 하고 다른 방향을 찍어봐도 역시나 없다. 어찌 된 일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를 않는다. 경철이는 제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걸을 때 발톱을 감추지 않고 따닥따닥 소리를 내서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아이가 어디로 가는지 다 아는데, 게다가 침대 아래를 벗어났다면 종이커텐 스치는 소리도 분명 났을텐데, 내가 아이 걷는 소리며 종이커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모두 놓친 것일까, 온 집구석을 두어바퀴 샅샅이 뒤져도 이눔 시키, 아무 데도 안 보인다.

침대 아래의 고양이

얼마나 지났을까, 혹시나 하고 다시 침대 아래를 들여다보니 신출귀몰이 따로 없다, 이 문디시키가 아까부터 줄곧 있었던 것 같은 자세로 천연덕스럽게 이러고 있다.

카메라를 외면하는 고양이

집사가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아띠, 들켰네..."하듯 카메라를 외면한다.

장난감을 품에 안은 고양이

이럴 때 집사는 인내심을 발휘하는 수 밖에 없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 제 발로 나와 집사에게 "따이, 따이~"하며 엉길 때가지 냅둬야 한다. 이 장면은 제 발로 걸어나왔길래 약 먹이고 난 후다.

장난감을 입에 문 고양이

저도 싫은 일 다 치르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던가 머리 빗어달라고 뒹굴거리다 고롱고롱 기분이 풀리니 장난감을 입에 물고 입으로 던졌다 받았다 잠시 셀프놀이까지 하신다. 

휴지통 뒤에 숨어 살짝 보이는 고양이

그럼 아까는 이 신출귀몰 고양이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나중에 사진을 편집 하면서 보니 화면의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 휴지통으로 쓰는 바구니 뒤에 살째기 오른쪽 얼굴이 보인다. 세상에~~ 똥뚱하고 큰 고양이라 감히 휴지통 뒤에 제 몸을 완전히 숨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집사가 바보였다. 제 아무리 크고 뚱뚱해도 고양이는 고양이인데 말이다. 이개혈종 수술로 귀가 죽지 않았더라면 쫑긋한 귀 때문에 쉽게 발견 했을 수도...? 아무튼 우리는 이렇게 한 바탕 숨은 고양이 찾기 놀이를 했는데 결국 숨은 고양이는 제 발로 걸어나온 것일 뿐 집사는 끝내 고양이를 찾지 못하고 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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