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무 일 없이 산다, 모두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고양이 형제의 시원찮은 상태를 관찰 하면서 이것도 저것도 다 못 해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 가겠구나... 짐작에 찌어질듯 위장 아파하다가 통증을 피하고 싶은 무의식이 도운 것일까 '참, 태풍은 어떻게 되고 있지?'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아직 육지까지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시각을 보니 제주도가 아주 난리가 나고 있겠구나,는 짐작이 된다.

태풍 바비 경로

내가 말 하지 않아도 태풍소식은 다들 뉴스로 듣고 보고 있을텐데 뜬금 없이 그 이야기는 왜?


나름으로는 어디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라 남은 것은 이제 가만히 엎드려 시간을 보내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에 1초 전까지 전적으로 지배 당하다가 문득, 지금 태풍이 지나고 있는 곳이 있을텐데, 그 비바람을 맞으며 배를 묶느라 지붕과 간판을 매느라 현실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어쩌면 나란 인간은 내 생각밖에 하지를 않는 것이니, 하는 자각 또는 반성 또는 아무튼 그런 것...

하품하는 고양이

누런 이빨이나마 한껏 드러내고 째지게 하품할 수 있는 순간의 여유로움이 감사하기보다는 나보다 더 고통스러울 사람들에게 문득 미안해지는 그런 것...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이번 태풍은 역대급이라 2003년 태풍 매미와 비슷하게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60m로 정도 된다는데 이것이 추석연휴에 왔던 그 태풍이 맞다면 그 때 나는 제주도에 있었다. 간판이 뜯겨져 날아가고 우산은 들 수도 없으며 도로에서 물방울 파도가 치던 묘한 경험을 했던 한 발짝 앞으로 뗄 수도 없었고 조금만 주의를 놓으면 뒤로 옆으로 마구마구 휘둘릴 것 같던 그 태풍 맞지 싶다. 철딱서니가 없었을까, 그 때는 무섭지 않았는데 지금은 무섭다. 내 고통이 무섭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겪고 있을 공포와 고통도 다 무섭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 일 없이 산다, 그러니 모두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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