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는 이제 진짜로 먹을 것이 없다

월요일 아침, 현재 가지고 있는 마지막 토끼 파우치를 열었다. 다행히 이 아이들은 한 번에 한 봉지를 다 먹지 못하기 때문에 반만 덜어주고 나머지는 다음 끼니를 위해 저장,

해먹 안에서 밥 먹는 고양이

보통 때 같은면 나머지 반은 경철 고양이 몫이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더 심한 철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철에게는

레어나르도 리치 인 토끼 캔과 캣파푸 생선 캔

이따구 캔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캣파푸 생선맛과 레오나르도 리치인 토끼인데 둘 다 반응이 시원찮다... 

밥 먹는 고양이

이런 사정이기 때문에 집사는 일부러 철수 밥을 해먹턱에 올려두고 아이들 안아다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렇게 해야 경철이 제 형 밥을 뺏아먹지 못하기 때문에 (이상하게 경철 고양이는 아직 한 번도 자발적으로는 해먹에 들어가지 않았다)

맛 없는 밥 맛에 눈이 동그래진 고양이

집사의 판단 미스로 먹고 싶은 밥을 못 먹는 짠한 내시키... 먹는 내내 뭔가 맛이 이상한지 수상한 눈빛,

밥을 먹으려 고개를 내젓는 고양이

수상한 고개짓, 엉덩이 붙이지 않고 서서 먹는 건 한 마디로 "맛 없다!" 이다.

 맛이 없어도 배가 고프티 할 수 없이 밥을 먹는 고양이

그래도 건사료보다는 습식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허기는 때울 생각인 모양이다. 내일도 새로 주문한 것은 도착하지 않을터인데 참말로 가슴이 찢어진다... 나쁜 밥을 먹여서가 아니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을 덜 심하다는 이유로 이 아이한테만 먹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래에 보이는 동생이 영 불편한 형 고양이

입 짧은 철수는 반 파우치 준 것마저 다 먹지 않고 해먹에서 나오길래 다시 코 밑에 받쳐 드렸더니 다시 몇 입 먹기는 하면서 내내 바닥에 있는 제 동생 눈치를 본다. 경철이 여기까지 진출 못한다는 걸 집사는 알고 있지만 밥 먹을 때 제 동생이 눈에 띄면 영 불편한지 아예 먹기를 그만 두는 것이 철수가 보이는 뜻밖의 소심함이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밥을 먹는 고양이

오늘 남은 시간과 내일 하루, 그리고 모레 택배가 도착 할 때까지는 어떻게 버틸지 벌써 눈 앞이 캄캄하다. 이 녀석도 계속 먹는 시늉은 하는데 밥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창가에서 식후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

철수 고양이는 그나마도 다 먹지 않고 작은 방 창가로 물러나 그루밍을 한다, 이러면 절대로 더 먹지 않으니 나머지는 경철 고양이 몫이다. 

한 그릇만 싹 비운 고양이 형제

맛 없는 것 옆에 제 형이 먹던 걸 놓아주니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그릇을 바꿔 싹 비웠다.

귀가 가려운지 자꾸만 팔랑거리는 고양이

그런데, 그렇게 먹고 집사 턱 아래 자리잡고 앉은 경철 고양이의 귀가 자꾸만 팔랑거려 못 먹일 걸 또 먹였나 죄책감이 앞서면서 차라리 나머지 시간은 습식 없이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새로 맛을 들인 이 습식에마저 알레르기가 없다는 증거는 아직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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