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집사의 넋두리

사실 내 고양이들을 주요 주제로 블로깅을 하면서 이 아이들에게 크든 작든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걸 내놓고 말하고 싶지 않아지는 마음이 어느 새 커졌다.  늘 샤방샤방 즐겁고 예쁘기만 한 모습을 보기 원하는 읽는 분들을 의식해서 그런 것이라는 건 말 할 것도 없다. 그래서 오늘의 이 이야기도 그냥 건너뛰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이 블로그의 원래 취지는 내 고양이 형제와 나의 시간들을 기록하는 곳이라는 것을, 우리의 이야기가 우연히 들르는 분들을 기쁘게 해드리건 아니건 이것이 우리의 진솔한 시간들이니 싫고 부끄러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누르고 넋두리를 시작 하기로 했다...

넥카라를 하고 화가 난 고양이

갑자기 넥카라를 쓰고 도 닦는 표정으로 눈 감고 있는 경철 고양이. 바로 그저께 꾸들꾸들한 귀지가 나오길래 집사는 그것이 낫고 있다는 신호라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그렇게 글까지 썼건만([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입술 가려워 셀프로 빗질하는 고양이와 귀 가려워 남에 다리 긁는 고양이) 그것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재발'의 신호였다는 걸 오늘 아침(12일)에서야 아이가 귀를 흔들어대는 소리에서 심상치 않음을 깨달아 지롤발광하는 넘을 잡아다 들여다 보니 다시 예전과 똑같이 어느 정도의 냄새를 풍기며 거의 물에 가까운 옅은 아이보리 색의 귀지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보통의 집사들 같으면 아이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었어야 마땅한 일이지만 나는 움직임이 어려운 나름의 신체적인 장애를 겪고 있어(일시적인 것이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도움을 요청 할 곳도 없어 일단 귀청소를  시작했는데 차마 그 정도일 줄은 몰라 넥카라 없이 시작 했다가 가려워 죽는다고 제 귀를 미친듯이 긁어 결국 피까지 보고야 말았다. 이 정도라면 중간 과정 따위는 설명 할 필요도 없지 싶으다...

고양이 귓병약

병원에는 갈 수 없는 입장이니 (갈 수 있다해도 가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작년에 일주일이 멀다 하고 병원에 들락거렸고 끝내 이개혈종 수술까지 했어도 내내 잠시 나았다 재발 했다가 반복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 철수의 잇몸 문제로(이 이야기도 부실한 집사 모습이 부끄러워 건너 뛰었었다) 한 번 거래를 했던 동물약국에 전화를 해 귓병의 역사를 설명하고 약을 퀵으로 받았다. 병원에서는 늘 한 달치씩 주시던데 이 약사님은 경과를 보고 약을 바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주일치 이상은 못 준다고 하신다. 아무튼, 지난 번 먹다 남은 것이 마침 두 개 있어 우선 하나 먹이고 퀵으로 받은 약은 저녁부터 먹이려 하고 있다. 


그런데 약 색깔이 전혀 다르다. 병원약은 연분홍색일 때도 있었고(이 색은 아마도 항생제) 하얀색일 때도 있었는데 이 약은 베이지색 또는 옅은 갈색이다 - 진균제, 소염제, 소화효소제가 섞여 있다고 하는데 다른 약이 확실하니 만큼 제발이지 차도가 있기를 바란다. 하아~ 그런데 이렇게 가루로 주시다니... 그래도 마침 영양제 소분용으로 공캡슐을 잔뜩 쟁여둔 것이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마늘 장아찌와 막걸리

저녁에 먹일 약을 캡슐에 옮겨놓고 집사는 '돌아버리겠다' 이상의 말로는 심정을 표현하기 어려워 감당할 체력도 안 되면서 낮술을 시작한다. 술이라고 해봐야 막걸리 30% 물 70%지만 그것도 깡술은 못 마셔서 몇 년 묵은 마늘 장아찌가 등장 ㅎㅎ;;

두 가지 맛의 조공 5키로 스틱

그러던 중에 아이들 영양제 먹일 때 쓸 츄르가 도착했다. 약 먹일 때 츄르가 필요한 이유는 여기([고양이] - 고양이 약 쉽게 먹이는 나꼼수(중상급자용)에 있다. 오일을 써도 되지만 츄르를 쓰는 것이 훨씬 더 간단하고 목 넘김도 쉽다는 것이 그 간의 경험으로 확인 돼 지금까지는 곤충츄르를 먹이고 있었지만 여기에 맛내기용으로 함유 된 참치 때문에 철수의 상태가 나쁜가 해서 바꾸기로 마음 먹었던 것.


요즘에는 츄르도 하도 여러 종류가 나오지만 이 물건은 내 형편에 비싸도 너무나 비싸 아예 쳐다도 안 보던 것인데 철수의 식이알러지가 귀 뒷털까지 까질 만큼 극에 달하다보니 약 먹일 때 아주 찌끔 묻혀 먹이는 것이라 해도 성분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어 카페에 드나들며 다른 집사들의 의견을 종합 한 다음 성분을 꼼꼼히 살펴 가장 안전 하다고 판단 되는 제품을 선택해 아이들이 거부 할지도 몰라 우선 두 봉지씩만 주문 했다.

조공 5키로 스틱

이건 조공 5키로 스틱 중 아래의 것들 외에 다른 아무 것도 넣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라

철수가 좋아하지 않는 맛이리라 짐작 하면서도 그 동안 노출 됐던 단백질 성분이 없어서 알러지 걱정은 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피오카는 글루텐을 형성하지 않아 알러지 걱정은 없다고 한다)

간식을 마다하는 고양이

하지만 황태, 대구라면 경철 고양이가 환장하는 재료다. 그런데 동굴 속에 있는 넘에게 디밀어 주니 쳐다도 안 본다. 혹시 넥카라 때문에 불편한 탓인가 해서 풀어줘도 마찬가지다. 단단히 화가 났고 컨디션도 안 좋은 것이 분명하다.

간식을 싹 비운 고양이

그런데 빈 그릇은 왜? 집사가 손가락으로 찍어서 입에 갖다대니 콧구멍을 벌름벌름, 그리고는 핥아 먹었다. 그래서 그릇을 디밀어 주니 또 싫단다. 다시 손가락에 찍어주니 드신다. 그렇게 해서 비운 그릇이다. 저한테 그렇게 못할 짓을 해도 집사 손이 딱딱한 그릇보다는 좋은 모양이다...

혼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고양이

아침부터 쎄에~ 하고 어수선한 집구석 분위기를 눈치 챈 철수 고양이, 이렇게 머얼~리 작은 방문 캣트래퍼에 올라앉아 역시 집사 마음 만큼이나 심란한 표정이다.

캣트래퍼를 내려오는 고양이

오전 내내 신경 써주지 못한 것이 가슴이 아리도록 미안한데 그래도 집사가 나타나 "철수야~" 하니 그리던 님을 본듯 민배를 드러내며(배 털은 영양제와 음식을 싹 바꾼 덕인지 아주아주 느리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 전에는 배에 저 무늬마저도 안 보일만큼 탈모가 심했다) 한달음에 내려온다.

간식 먹는 고양이

좋아하지 않는 맛일 줄 알았는데 간식이라고 오랜만에 받아본 탓일까 이 녀석도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릇을 싹 비운다. 이 정도의 기호성과 재료라면 이것 때문에라도 이제 집사, 진짜로 소금밥 먹게 생겼다 --;;

바구니 동굴 속 화 난 고양이

넥카라도 풀었고 간식도 먹었는데 이 분은 여전히 이러고 계시다가 지금은 침대 밑으로 숨었다. 상태도 안 좋은데 평소보다 더 지롤스럽게 귀청소를 하고 약까지 먹임을 당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집사는 할 말이 없다.


이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견디고 있다. 넋두리는 집사만 할 줄 알아 하는 것이지 이 고양이 형제들인들 할 말이 없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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