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세월은 너무 빠르다 -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있는 의지의 고양이 형제

경철이 약 먹고 귀청소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요사이 기분이 몹시 좋지않은 상태였다. 귀 청소는 미루면 다시 염증으로 이어질까봐 절대 양보 할 수 없는 일이고 양치질은 두 번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리고 먹고 있는 몇몇 영양제도 병원에 가는 대신 동종요법의 일종이기 때문에 양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식사 후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

그래서 보조제의 양을 반으로 줄여 캡슐의 크기를 줄이고 대신 엘 테아닌을 스트레스 해소제로 아주 찌끔씩 먹인지 나흘째다. 밥 먹고 그루밍하는 모습이 찍혔는데 우연인지 눈 밑에 다크써클이 코까지 내려온듯 깊어보일 정도로 지쳐보인다. 사람으로 치면 노인이라 할 수 있는 나이이니 그리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내게는 아직도 갓난아기 같기만 한데 이런 모습으로 찍힌 걸 보면 속이 아린다... 

바닥에 비친 레이저 포인터를 보는 고양이

그래도 엘 테아닌 덕분인지 캡슐의 크기가 줄어든 덕분인지 조금씩 행동에 고양이다운 생기가 돌기 시작한 걸로 느껴져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인 레이저 포인터를 디밀어 봤더니 역시 집사 촉이 맞았을까, 관심을 보인다. 기운이 빠져 있던 이 전 며칠 간은 무슨 짓을 해도 꿈쩍도 않는 깊은 우울증 상태였는데 말이다. '놀아줘, 제발 놀아줘~' 집사는 빈다.

타닥타닥! 바닥을 치며 사냥을 하는 고양이

집사의 마음을 읽은 게 분명하다. 잠시 들여다 보더니 타닥타닥! 바닥을 치며 사냥을 시작한다.

레이저 포인터를 눈으로 쫓는 고양이

언제나처럼 잡히지 않는 놈을 시선으로만 쫓다가

레이저 포인터를 사냥하는 고양이

갑자기 엉덩이를 들고 쫓기 시작해 초점이 나가거나 말거나 집사 기분을 활짝 개이게까지 해주신다.

해먹에서 잠이 든 고양이

같은 시각, 대장 고양이는 세상만사 나 몰라라, 해먹 안에 들어앉아 자는건지 명상에 빠진건지 표정을 읽기는 어렵지만 편안해 보이기는 한다.

채터링 하는 고양이

꺄하아~ 철수를 본다고 잠시 포인터가 정처없는 곳으로 날아가니 채터링도 날려주시는 고마운 내 고양이, 이 얼마만에 하는 채터링인가, 감격!

아침마다 잠깐씩이나마 레이저 포인터와 놀아주는 고양이

다시 아기 고양이로 돌아와 요즘은 아침마다 잠깐씩이나마 레이저 포인터와 놀아주신다.

집사 머리 꼭대기에 있는 듯한 대장 고양이의 표정

"너거들은 그거이 재밌나...?" 집사 머리 꼭대기에 있는 듯한 대장 고양이의 표정 - 사실 물리적으로도 집사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 있긴 하다. 그리고 철수도 스트레스 반응을 훨씬 적게 보인다. 한 마디로 경철이가 하악질을 하는 지경으로까지 아이를 몰아대는 일이 요 며칠 완전히 사라졌다. 역시 엘 테아닌이 아이들의 기분을 평정하는 효과가 있는 것일까 싶다.

집사 눈치 보는 고양이[고양이도 나이가 들면 사람과 다르지 않게 분별력이 생겨 오버그루밍을 하던 경철 고양이, 집사가 저를 향해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자 곧바로 자세를 바꿔 앉는다. 이 또한 고양이에게는 스트레스이리라...]

무엇이 도움이 되든 더 나빠지지 않고 이대로만 견디자, 집사는 다른 욕심 아무것도 없다. 날마다 살얼음판을 걸으며 날마다 아이들에게 빌듯이 하는 말이다. 아무리 되돌아봐도 고양이의 세월은 빨라도 너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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