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라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감사함

경철 고양이의 마지막 귀청소를 지난 6일에 했으니 의사 선생님이 시킨 일주일에 두 번은 한참이나 시일을 넘긴 오늘 12일, 거의 일주일 만에 아이가 귀를 낮춘 상태로 팔랑거리며 바구니 동굴로 숨어드는 걸 보니 "귀지가 넘쳐나는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경철 고양이는 제가 귀를 팔랑거리며 간지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면 집사가 당장에 귀청소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귀가 가렵기 시작하면 동시에 숨어버릴 정도로 영악해져버려 집사는 거꾸로 이 때야말로 청소를 해야할 때라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고양이 귀청소

지난 번 청소 때 귀지가 획기적으로 줄었길래 귀청소 자체가 아이나 집사에게 모두 말 할 수 없는 스트레스여서 이제부터는 다시 가려운 티가 날 때까지 내버려 두자, 마음 먹고 있었는데 그 기간이 6일이었다. 그래도 많이 늘어난 셈이다. 이 전에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3일이 되기 전부터 가렵다고 귀를 팔랑거리고 머리를 털고 하는 일이 잦았는데 요즘은 그런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을 보면 낫기는 하고 있는 모양이다.

고양이 귀지

오늘 청소의 결과물이다. 무엇인가가 한 숟가락 걸려온다는 느낌이 들더니 저런 왕건이가 딱! - 남들은 역겨워 하시겠지만 나는 아이의 귀냄새도 맡아보고 귀지 냄새도 맡아본다. 의사쌤도 그렇게 하신다.  다행히 아무 냄새가 없다. 색깔도 염증이 있는 색이 아니다. 염증 등 나쁜 것이 있으면 뭔가 쉰듯한 또는 심한 땀냄새 같은 걸로 표현할 수 있는 냄새가 나고 위 그림보다 더 연하게 고름 쪽에 가까운 옅은 색이 난다. 

귀청소 이야기는 처음 읽는 분이 계실까봐 다시 한 번(쓸 때마다) 강조 하는데

1. 내가 쓰는 면봉은 동물용이고 선생님께 사용법을 배웠다 (경철의 경우는 귓병이기 때문에 더 면밀한 청소가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이다)

2. 절대로 마른 면봉으로 파내지 않는다

3. 귀약을 쓰지 않는다, 대신 식염수나 병원에서 주는 소독약을 쓴다 - 고양이는 댕댕이처럼 귓속에 약을 흘려 넣으면 안 된다 (우리 주치의 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쌤들도 그렇게 말씀 하시는데 국내 몇몇 의사쌤들은 댕댕이 같은 귀청소 법을 고양이에게도 적용 시킨다. 감히 내가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귀약을 절대 쓰지 않는다. 경철의 이개혈종도 귀약을 쓴 후에 왔기 때문이다.)

귀가 유난히 커 보이는 아기 고양이

그러니까 경철 고양이는 위 그림에도 확연히 보이다시피 아기 때부터 유난히 귀지가 많게 태어난 아이니까 (이 때 선생님께 보였는데 정상이라고 내버려 두라고 하셔서 빙구 집사, 귀지가 넘쳐 염증이 생겼는데도 내버려 뒀다는 것...) 이제부터는 귀지가 쌓여 염증으로 번지지 않게만 관리 해주면 되겠다고 집사 혼자 결론을 내린다. 이 일로는 다시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 귀에 관한 처방약을 7개월 넘게 거의 쉼 없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염증은 잡았지만 귀지가 끊임없이 생기는 것은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 이제부터는 아이의 면역력과 집사의 케어가 관건일 것이다.

창가 캣폴 위의 고양이 발

같은 시각, 캣폴의 새로운 최애 전망대가 된 곳에서 두 손 척 걸치고 느긋하게 바깥 구경을 하고 있던 대장 고양이, 경철이가 넥카라와 집사의 다리에 제압 당해 깽깽대는 소리를 내자

긴장한 표정의 고양이

곧바로 달아나 이렇게 긴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 물론 귀청소가 다 끝나고 찍은 모습인데 "이제 올 게 왔구나"하는 표정이다. 이 아이는 겨우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 귀청소를 하는데 (지난 8일에 귀청소를 했다) 약 먹는 차례가 항상 경철이 다음이니 이 또한 제 순서가 왔구나, 제 풀에 오해를 한 것이다.

귀 청소 후 기분이 상한 고양이

전쟁같은 귀청소가 끝나고 다시 바구니 동굴로 들어가 "AC, 재섭서!" 외면을 하는데 그 모습마저 집사는 좋다고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으니

집사가 미운 고양이

"꼴 보기 싫으니 저리 썩 물렀거라!"며 의자 위로 달아났다. 고양이가 날 미워 하거나 말거나 이제 며칠 동안은 가렵지 않을 것이니 집사 귀가 다 시원할 지경으로 큰 일을 치른 마음이 가볍다.

자는 척하는 고양이

대장 고양이는 바구니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집사 눈치를 보다가 집기들을 모두 치우고 저한테는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그제서야 안심한듯 졸기 시작한다. 아니 어쩌면 졸고 있는 척 하는지도 모르겠다. 잘 때와 먹을 때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고양이 세계의 불문율이니 집사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ㅎ - 

헤어볼 구토

그리고 철수 고양이의 헤어볼 - 비위가 약한 분들을 위해 약간의 블러 처리를 했음에도 역겹다는 분 계실까봐 걱정이지만 나는 손으로 잡아 속까지 다 눌러봤다. 바로 몇 시간 전에 먹인 영양제 때문인가 확실히 헤어볼 때문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저 덩어리는 90% 헤어볼이었고 뒤 따라 좀 더 나온 것이 있는데 그것도 그냥 헤어볼을 토하면서 따라나온 사료 정도로 보여 다행이다. 


경철이는 이런 짓을 9년 넘는 동안 3~4번 한 정도했는데 철수는 털갈이 철이면 반드시 두어 번은 한다. (빗질을 전혀 해주지 않는 다른 고양이의 경우, 1~2주에 한 번 헤어볼을 토하는 정도까지는 정상이라 한다) 그래서 변으로 털들이 배출 되기가 쉽게 하려고 오일 등을 적정량 먹이면 좋다고 하는 것이다. ([고양이] - 고양이가 섭취하면 좋은 오일들)

고양이 탈모 배

이제 겨우 이렇게 탈모 된 털들이 길어나오는데 또 최고의 취미인 그루밍으로 날려먹고 있어 개선이 더 느린 것은 아닌지 속이 탄다. 하지만 어쨌든 탈모도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기필코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겨울에 아이 배가 너무 차가워서 없던 병도 생기겠다 싶을 정도니까.


이렇게 우리의 작은 이슈들을 중복 되지만 자꾸 기록 하는 것은 언제 무엇을 했는지, 상태가 어땠는지 나중에 찾아보게 될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건강상태와 관련해서 어제보다 오늘이 낫다고 말 할 수 있는 점이 있어 감사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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