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약 먹이기는 눈물이 나올 만큼 어렵다는 것이 냥집사들 사이에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물병원 간호사들도 대신 먹여주려 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 형편인데 우리집 고양이 형제는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이런 저런 약들을 달고 살고 있다. 그래서 약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양이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아이들이 하도 싫어하니 집사도 먹일 때마다 꼭지가 돌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행히 먹성이 좋은 고양이라면 좋아하는 간식에 타주면 잘 먹는다는데 우리 고양이 형제는 어림도 없다.
각설하고, 언제나 고양이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마른 입에 막대기 같은 걸 밀어넣어 억지로 삼키게 하는 것이 내게는 눈물 날 만큼 미안했다, 그래서 생각 해낸 꼼수
츄르다. 이것을 약 먹인 다음 항상 보상으로 주는데 이걸 미리 묻혀서 약 자체를 촉촉하게 만든 다음 먹이면?
우선 고양이에게 약을 먹이려면 함부로 나대지 못하게 확실하게 감싸 안아야 한다. 개지롤 하기 때문에 약 먹이기에 초보인 집사는 넓은 쿠션형 넥카라를 미리 끼우고 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이가 흥분해서 할퀼 수도 있고 넥카라를 하면 엄청 얌전해지는 고양이도 있어 일거양득)
내 손이 하도 커서 아이가 잘 안 보이지만 위 사진이 고양이 입을 여는 방법이다 - 손을 머리 위로 해서 엄지와 검지를 송곳니 아이의 빈자리로 넣어 윗턱을 벌리고 약 잡은 손의 한 손가락으로는 아랫턱을 벌려 약을 재빨리 혀뿌리 근처에 깊숙이 밀어넣어야 한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글에 있다 -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제 손으로 넥카라 바꿔끼는 고양이)
이 방법에서 한 걸음 더 발전한 것이 츄르를 함께 이용하는 것인데 맛이 있음과 동시에 미끄러워서 고양이들이 훨씬 더 쉽게 삼킬 수 있다. 이것은 그러니까 집사의 편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양이를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츄르를 그릇에 짜서 집사가 잡을 약의 끝부분만 남기고 골고루 묻힌다 (다 묻히면 집사 손가락에서 미끄러지기 때문에 대참사가 일어난다) 그리고 위 글에서 설명한 방법대로 쑥! 밀어넣으면 아이가 삼키느라고 몇 번이나 괴롭게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지않아도 단번에 미끄러져 넘어간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에는 또 한 가지 생각지도 못한 개이득이 있는데 이렇게 주니 경철 고양이가 츄르를 더 이상 거들떠도 안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봉지를 두 그릇에 나눠 짜서 약에 묻혀 먹이고 그 그 그릇에 남은 것은 성격 좋은 철수가 먹고
나머지 한 그릇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 그런데 이 그림은 무엇인가? 냉장고에 넣을 반찬 냄새 안 나는밀폐용기가 없어서 수술용 실리콘 장갑을 그릇에 씌워 (아주 완전히 밀폐 된다 ㅋㅋ) 저녁 타임 약 먹일 때 쓸 것이다. - 이렇게 하니 건강에 '수분공급'이 외에는 어떤 좋은 역할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이 간식을 덜 먹이게 돼 집사 기분도 좋다.
이 방법에는 아주 질이 좋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대신 이용해도 된다. 특히 올리브유에는 오메가3 등의 고양이에게도 꼭 필요한 영양소도 들어있으니 나쁘지 않다 (문제는 칼로리) - 이 역시 전체적으로 묻히지 않아야 집사 손에서 미끄러지는 참사가 벌어지지 않는다 - 제목에 '중상급자용'이라고 쓴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 약 먹일라고?" - 츄르를 묻혀 먹여도 역시 제압 당해 무언가를 억지로 삼키는 것은 고양이들에게 절대적인 고문이다.
그래도 통 큰 대장 고양이, 약을 먹고나면 뚱한 표정이기는 하지만 위에 숨어있던 모습과는 전혀 상반 되는 포스가 뿜뿜!
경철 고양이도 요즘은 숨지는 않는다. 다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약 먹은 직 후에는 어떤 보상간식도 먹지 않고 저 스스로 삭이고 풀어질 때까지 이렇게 망부석처럼 한 자리에 앉아있는다 ㅜ.ㅜ
기분이 언짢으시니 사이키 조명이라도~ 보상간식 대신에 빙글빙글 색깔을 바꿔가며 돌아가는 사이키 조명에 한참이나 눈을 꽂고 있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미안하다 내 시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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