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고양이는 왜 거기에 있었을까?

내 고양이 형제들은 자주 투닥거린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투닥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이는 나쁘지 않았고 힘의 균형이 맞다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경철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 해보니,

형 고양이의 밥을 뺏아먹는 동생 고양이

바로 몇 달 전까지, 더 정확하게는 아이들이 먹는 습식이 바뀌기 전까지 경철이 이렇게 제 형 밥을 매 끼니마다 예사로 뺏아먹는 행동을 하고 철수는 말 없이 물러나곤 하는 장면이 연출 됐었다.  이것이 집사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서 이에 관 한글도 자주 썼는데 마지막 글이 지난 4월 25일 이었으니 -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노략질 하는 자와 응징 하는 자) 시간이 그리 오래 흐르지도 않았다.

형 고양이 등 뒤에서 밥을 노리는 동생 고양이

하지만 이 때는 힘을 쓰는 곳은 다르지만 뭔가 관계의 균형이 맞는 느낌이었는데 주식을 바꾼 후 밥이 맛 없는 탓에 경철의 뺏아 먹는 버릇이 싹 사라지면서 철수만 하던 짓을 계속하니 늘 철수가 심술 부리는 고양이처럼 돼 버린 것이다. 

웬만하면 철수 곁에 가지 않게 된 경철 고양이

그래서 웬만하면 철수 곁에 가지 않게 된 경철 고양이가 어쩐 일로 제 형이 있는 해먹과 거의 같은 층에 서슴치 않고 훌쩍훌쩍 뛰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자아가 어쩐 일이야? 집사는 얼른 카메라를 집어들고

두 고양이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걸 보는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두 녀석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걸 보는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감동에 겨워 캣타워 위에 올라가 마구 셔터를 눌러댄다. 그런데 요 꼬맹이 녀석의 표정이 영 좀 심상찮다. 꽤 오랫동안 제 형을 저런 시선으로 빤히 쳐다보고 앉았는데 철수는 일별도 않고 있다.

한숨을 내쉬는 듯 천장을 올려다 보는 고양이

반응 없는 형 떄문일까 주책스럽게 사진을 찍어대며 븐위기 깨는 집사 때문일까 "후아오~" 한숨을 내쉬는 듯 천장을 올려다 본다 - 이 때 집사에게 문득 드는 생각, 어쩌다 한 번씩 그러듯 제 형에게 느닷없는 한 방 펀치를 날리러 올라갔나?

집사를 빤히 보고있는 고양이

철수는 어떤 반응일까 초점을 옮겨보니 제 동생이 바로 코 앞에 버티고 앉았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는듯 아예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경철 고양이는 이번에는 집사를 빠안히~ 틀림없이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뭔가 영 어색한 느낌으로 눈을 피하는 고양이

"경철아 왜?" 하니 눈을 피한다. 뭔가 영 어색한 느낌이다.

집사 눈에 읽히는 고양이의 낭패한 표정

그리고 집사 눈에 읽히는 낭패한 표정? - 사실 이런 생각들은 집사 눈에 보이는 대로 읊는 것이지 진짜로 경철의 생각일지는 전혀 모른다 ㅎ~

철수 고양이의 반응은 어떤지 다시 초점을 맞추니 제 눈 밖의 상황과는 여전히 아무 상관 없다

철수 고양이의 반응은 어떤지 다시 초점을 맞추니 제 눈 밖의 상황과는 여전히 아무 상관 없다. 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대장다운 여유로움이랄까 그런 것이 느껴지는 포스다. 그리고 하얀 고양이는 뭔가 생각에 잠긴듯 보여

고양이 역시 집사의 눈을 피하고 눈치를 살피는 듯한 느낌

처음의 방향으로 다시 돌아나와 표정을 살피니 이 고양이 역시 집사의 눈을 피하고 표정을 살피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캣폴에서 내려오는 동생 고양이

이번 시도는 집사 때문에 영 틀렸거나 아니면 자신의 들이댐에 너무나 무심한 형의 반응에 영 김이 새 버렸거나, 어쨌든 이 앙큼 고양이는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자리를 떠난다. 대장 고양이 시키, 웬만하면 아는 척 좀 하지는...

그루밍 하는 하얀 고양이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지... 그루밍이나 하자!"


위에도 말 했다시피 상황을 설명한 것은 순전히 집사의 입장이고 사실 두 녀석이 나란히 한 폴에 손만 뻗으면 닿을듯한 거리에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예뻤다는 것이 이 장면들의 핵심이다. 요즘 들어서는 정말로 잡기 힘든 희귀한 장면이므로. 이웃의 초동 엄니가 "둘이 가까이 있는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해요"가 내 심정이 될 줄은... ㅜ.ㅜ 그나저나 하얀 고양이는 갑자기 왜 거기에 올라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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