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어른들은 아기들이 아프면 "자람 하느라고 그런다, 너무 걱정 마라"라고 하셨는데 우리 경철이도 자람을 하느라 귓병이 재발 되는 증세를 보이는 건가, 그렇기를 바라면서
[해먹의 무늬에 주목 하시기를요 - 아래에서 이유가 밝혀집니다]
어제 글에 경철 고양이에게 귓병이 재발 할 조짐을 보이면서 동시에 요렇게나 귀여운 모습으로 과자는 줏어 먹으면서도 끝내 해먹의 관문은 통과하지 못했다는 말을 전했었다.
그리고 마무리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오늘 아침, 청소를 마치고 씻은 후 무심히 로션을 바르면서 방에 들어오니 머리 위에서 "이야이~"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려 문득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에 "어멋!" 하며 돌아보니
크하핫! 여기가 어딘지 보이시오들?
드디어 이 겁쟁이, 소심쟁이, 수줍쟁이 하얀 고양이가 해먹 안에 들어가 앉은 것이다. 저도 집사가 기뻐할 짓을 했다고 생각 했던걸까 "이야이~"하고 저 좀 알아봐 달라고 집사를 불렀던 모양이다. 안 그랬다면 그냥 늘 제가 있던 그 칸에 앉아있는 걸로 무심히 봐 넘길 수 있을 뻔했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침 청소 때 해먹의 천을 새 것으로 바꿔 끼우면서 이번에는 캔버스 천이 아랫쪽으로 보이게 이 전과 반대로 연결했는데 - 그래서 올라간 것일까? 세탁한 것이라 철수 냄새도 안 나고, 하는 짐작이 들기도 한다는 것]
아직 무엇인가 아직 편치 않아 보이는 모습이지만 "어떠냐, 그 위의 공기는?" 하고 묻고 싶어진다.
아직 겁이 나서 발을 움직여 몸을 돌리거나 제 엉아처럼 털썩 주저앉아 그루밍을 시전하실 정도는 도저히 안 되겠는 모양인지 한 자리에 붙박혀 고개만 이리저리 돌려 뒤도 한 번 돌아보고
저 멀리도 건너다 보고
아래에서 좋다고 헤벌레 웃고 있는 집사에게 도도한 눈빛도 한 번 발사하고
오른쪽 왼쪽 높은 곳에서 보이는 경치는 모두 감상한 후 (사진은 계속 고개만 돌리는 장면이라 다 수 생략 - 하지만 환장한 집사는 거의 연사 수준으로 수십 장을 찍었음 ^__________^)
한 3분이나 지났나, 이제 그만 됐다 싶은지 천천히 내려 올 길을 확인해가며 조심스럽게
저 편한 자리로 내려오는데 위에서도 줄곧 그런 모습을 보였지만 나름 꽤 긴장하고 있었던듯 몸을 옹송그리고 입술을 핥는다. 그랴~ 나름으로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올라갔는데 긴장감이 만땅이었을겨~
그래서 문득 든 생각, 이제 두 달도 안 있으면 나이가 만 아홉 살인데, 뒤늦게 자람을 하느라고 아픈 것이지? 그렇게 아이에게나 스스로에게 위로와 희망의 말을 건네고 싶다. 다행히 오늘은 증세를 덜 보여 그냥 고양이들에게 흔한 귀가려움증이 한 번 덮쳤던 것으로 진단을 내려버리고 싶다, 정말이지 간절하게 진짜로 그런 거였으면 한다 --;;
밤, 같은 자리인데 이렇게나 다른 분위기로 앉아있는 기특하고 든든한 대장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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