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대장 고양이의 통 큰 양보, 사실은?

비누바구니 2018. 8. 16. 06:47

설마 이럴 줄 몰랐다! 는 아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까탈스런 고양이 형제 스크래처를 열심히 짜고 있을 때는 그렇게나 서로 차지 못해 안달을 하더니 완성을 본 후 이제 마음대로 스크래칭 하라고 내주었더니

오히려 이 전에 만들어 줘도 거들떠도 안보던 그걸 끌어안고는 "뭐?" 하는 눈빛으로 돌아본다

"저거 다 만들었잖아, 인제 그거 갖고 놀면 돼~"

"이거?" 하며 돌아보는 저 심드렁한 눈빛, 아이고야~ 환장 하겠네. 하도 깝쳐대서 어깨가 빠지도록 서둘러 짜 줬건만...

"엄니, 엉아가 싫다면 내가 갖고 놀까여?" 경철 고양이가 관심을 보이자 "아니 이 시키가 짐 머라카노?" 후닥 자리를 옮겨 스크래처를 등 뒤로 두고 방어자세를 취하시는 철수 고양이

사냥을 뜻하는 형의 매서운 눈빛에 제 풀에 놀라 구석으로 몰려 들어간 경철 고양이 "내가 뭐~?" 하며 뒤로 물러나 보려하지만 문이 가로막혀 움신할 공간이 없다

아따, 그 고양이 이 때는 머리가 전광석화같이 빠르게 돌아간다, 물 마시기! - 고양이들은 아무리 열렬한 쌈박질 중이었다 해도 어느 한 녀석이 무엇을 먹는 시늉을 하면 절대로, 진짜로 절대로 공격을 하지 않는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비겁한 사람들, 이거 보고 배워야한다고 내내 생각한다)

그러나 물을 마시고 있어도 철수 고양이가 물러나지 않고 내내 지키고 서 있으니 '걸음아 나 살려라~'고 후다닥 빠져나와

이번에는 진짜로 밥을 먹으니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는 신사 고양이 "정 그러겠다면 뭐 할 수 없지"하는듯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준다

그래, 네 녀석이 원하는 건 결국 이것이었어, 언제나 그의 목표는 집사가 하고 있는 일! 경철이 몫으로 새로 짜기 시작한 스크래처에 이제는 훨씬 더 관심이 가고 그 더미를 헤집고 노는 것이 훨씬 더 재미 있는 것이다.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아따 그 녀석들 청개구리가 따로 없네~' 하겠지만 뭐, 고양이 집사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언제나 집사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하는 그 일을 방해하는 것이 고양이들의 타고난 사명이므로!

밥 먹던 경철 고양이, 그 사이 철수 고양이가 한참 집사 일감 휘젓기에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음, 그럼 내가 한 번 써볼까?"

처음에는 형이 언제 다시 공격할지 모르니 소심하게 두 팔을 가슴 아래에 깔고 짐짓 눈만 스르르 감아본다

경철 고양이가 스크래처를 차지하거나 말거나 철수 고양이는 이미 집사 일감 망가뜨리기 삼매에 빠져 있다

소심한 경철군, 그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안심이 되는듯 "끄으응~"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 키듯 팔을 쭈욱 뻗어본다

그러더니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집사를 향해 "집사! 저 시키 단속 잘 해라, 내가 여그서 한 잠 푹 잘 참이니!" 단디 명령하는 눈빛을 쏜다. 저 눈빛에 굽신굽신 쫄지 않을 집사가 어딨겠노 "네, 눼에~~"

집사와 동생 고양이가 둘이 붙어서 뭐라 작당을 하고 있으니 흘깃 이 쪽을 바라보는 대장 고양이

"어랏! 지 시키 봐라아?" 하듯 벌떡 일어섰다가

역시 대장은 대장이다! 동생이 깊게, 편안하게 잠 든 모습을 확인하더니 차마 그것마저 두드려 깨울 만큼의 심술은 없었던지 통 크게 양보하고 이내 배를 깔고 맨바닥에 엎드린다

대장 고양이의 대장다운 처사로 겁 많은 하얀 고양이 꿈에도 갖고 싶던 스크래처를 차지하고 마음 편히 단잠에 빠졌다

동생이 단잠에 빠지니 졸음이 전염 된 모양이다. 기특하게도 "이 시키 비켜!" 한 번 안 하고 잠 자는 동생을 마주보며 철푸덕 드러눕는 모습에 집사의 가슴에는 감동의 물결이~


하지만 이 녀석이 이렇게 대인(묘)배적인 행동을 하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집사가 최고로 집중하는 그 일을 방해하는 것이 그의 목표지 이미 집사의 손을 떠난 것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 - 덕분에 경철 고양이만 꿈에 그리던 스크래처를 차지 했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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