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내 고양이 기분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

비누바구니 2018. 8. 1. 07:23

내 기기묘묘한 고양이 경철이, 이 아이처럼 단순한 동작, 몸짓 하나로 제 기분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존재가 또 있을까. 이 녀석 하는 짓을 보면 귀엽고 우습다 못해 저 큰 덩치가 가슴에 새록새록 스며들듯 사랑스러워지는데 이 녀석이 기분 좋을 때와 기분 안 좋을때의 차이를 보면

덥긴 하지만 기분은 좋을 때

덥지는 않지만 기분이 안 좋을 때 -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사실 이 짓은 철수 고양이가 먼저 시작했는데 경철이처럼 순간순간 극명하게 제 기분을 드러내는 타입은 아니어서 요 정도!

그리고 오늘 아침, 아직 6시가 되지 않았으니 아침밥을 기다리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선풍기 위에 두 손을 척 얹고 하염없이 상념에 빠진 모습이 또한 기기묘묘 귀여워 카메라를 들이대니

집사가 얼쩡거리는 기색에 휙 돌아보더니... 오오오~ 너 설마!!! 집사는 이 녀석이 무엇을 할 작정인지 벌써 감이 와서 말리고 싶은데

그것은 이미 시작 되고 있었다 - 바로 스크래칭이다. 저 선풍기 케이스 살을 스크래처 삼아 집사 만난 기쁨을 이렇게 표현 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스크래칭을 할 때는 99% 기분이 좋을 때인데 좋아하는 사람이 눈에 띄었을 때도 반갑다는 표시로 스크래칭을 한다 - 좋은 예로 집사가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고양이가 하는 첫 행동이 주욱~ 기지개를 편 다음 스크래칭을 하는 것이다)

오른손 왼손 번갈아 가며 선풍기 창살을 뜯는 모습이 마치 우아한 하피스트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차랑차랑 창살이 뜯기며 흔들리는 소리가 하프 소리 같다고 우기고 싶다

반가우면 집사하고 눈 한 번 맞추고 좀 웃어라도 주지 이리도 근엄한 표정으로

무아지경, 선풍기 하프를 몇 소절이나 연주 했을까

이제야 제 정신이 돌아와 뭔가 질감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어, 내가 지금 뭘 갖고 뭘 하고 있는거지?"

"이거이거 스크래처 아니었어?" 확인 하듯 골똘히 냄새를 맡아본다. 냄새 맡아 본다고 현실이 달라지겠어 이 넘아?

"헉! 나 바부 아녀? 발톱 다 빠질 뻔 했자녀"

"으아악, 열불 난다 열불 나!" - 설마 네가 부끄러운 걸 알아 민망해서 하는 하품은 아니겠지?

"집사, 내 발톱 다 빠질 뻔 했는데 니는 보면서도 안 말리고 머 했어! 확 잡아먹어불라!!!" 어 무시~~~ 진짜로 잡아 먹힐 뻔!


그런데 위 장면들 찍으면서 "아이고 카메라가 와 이카노, 초점이 안 잡히네..."며 갑갑해 했는데 알고 보니 렌즈의 2/3나 되는 면적에 내 지문이 떡하니 찍혀 있었다. 그 와중에 이마이 찍혔으니 오히려 카메라에게 감사해야 할 지경 

오늘은 경철군 재롱에 빠져서 철수 모습을 많이 못 잡았네그랴~ 그런데 밥 차리는데 뒤따라 와서 바닥에서 뒹굴뒹굴 하는 모습을 내려다보니 속눈썹이 속눈썹이~ 철수는 경철이와는 다르게 얼굴을 마음대로 만져도 크게 노하지 않는 아이라 언젠가 속눈썹을 살핀 적이 있었는데 새까만 속눈썹이 윗눈꺼풀에 가지런히 나 있는 걸 확인 했다. 그래서 요즘 내 최대의 목표는 아이들 속눈썹 한 번 제대로 찍어보는 건데 절대로 못 찍는다!에 큰 한 표 던지는 분들이 더 많으리라 --;;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진짜 베스트 컷은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두 녀석 나란히 같은 곳을 바라 보는 이런 장면! 


그리고 뜬금 없이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