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아이들과의 추억

집 밖으로 쫓겨난 터줏고양이

비누바구니 2018. 5. 14. 11:30

다친 고양이 하나 못 잡아들이는 어설픈 캣맘, 오랜만에 순덕 고양이를 찍어 볼 생각이 들어 다시 올라와 카메라를 들고 내려가니  그 새 밥을 먹고 있다 내 기척에 호로롱~ 

그런데 차 밑으로 들어가는 태가 다리 아픈 순덕이가 아니다? 엥, 너도 있었어? 3주 만에 대면하는 지영 고양이다. 담북이 예쁜이 부부에게서 쫓겨난 듯 보이는 것이 어느 새벽에 마당에서 피 터지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꼍에 내놓는 밥이 정상적인 속도로 줄고있어 그다지 걱정은 안 하고 있었지만 창 위로 올라와 특식을 달라는 일은 그 후로 단 한 번도 없는 것이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그렇게 집 밖으로 쫓겨난 듯 보이는 요 냔이 다친 아이 밥을!!! 순덕이에게는 언제나 풍부한 특식이 주어지니 그 밥을 노리는 놈들이 한 둘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지영이 너까지? 스스로 개척한 밥자리는 예쁜이 부부에게 빼앗기고 세상 힘 없는 아이 밥을 뺏아먹고 있으니  참, 사람이라 말로 타이를 수도 없고... 안 보이는 동안 불안, 걱정이었는데 어쨌건 무사하다는 걸 확인 했으니 됐다... 

너 쫓아낸 죄로 담북 고양이는 창에서 아무리 애처로운 소리로 울어도 특식 안 주니라, "내려가서 밥 먹어!!!" 무슨 눔의 머스마가 지지배 밥자릴 뺏아 꿰차노 말이다. 그건 그렇고 차려놓은 밥상이 하나라 혹 싸움이 붙을까봐 우선  한 점씩 각각 놓아 준 닭고기를 지영이 오만 경계를 하면서도 쪼르르 물고가고 또 오고 하는 동안 

순덕양, 옆눈으로 고기를 흘끔거리고만 있다. 흐크크, 귀여운 것! 배 고픈 고양이와 고기 한 조각 거기다 사채 광고, 이거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바닥에 주기 싫어 사채광고지를 이용 했건만 제대로 얹어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아이가 나올 생각도 하지 않아 맨바닥에 그냥 밀어넣어 주니 그제서야 허겁지겁 지지배, 어느 구석에 낑겨있다 나왔는지 머리에 리본처럼 마른 나뭇잎 하나, 이 물건은 무슨 짓을 해도 귀여버~~

이대로 두면 내놓은 밥은 모두 지영이 차지가 될 것 같아 다시 한 그릇 만들어오는 동안 역시나 지영여사가 얌냠 하시다가 다시 차 밑으로 호로롱~

야아가 내게조차 이렇게 경계가 심한 건 아무래도 저 사는 집에서 험한 꼴을 당하는 건가? 그러게 이사를 오라니까 그러지도 않고... 

순덕양, 새로 차린 밥상에 제대로 허겁지겁, 닭가슴살 에피타이저로 입맛이 제대로 오른 모양이다 - 새끼들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푸근할 때가 또 있을까. 

한 편 지영여사는 제 밥상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나 때문에 꼼짝을 못하고 입맛만 다시고 있다. 몹쓸 세상, 아이가 무슨 꼴을 당했길래 만난지 일 년이 다 된 나를 아직까지도 이렇게나 경계할까. 한발짝만 움직이면 될텐데 얌냠 먹고있는 순덕이를 부러운 듯 바라본다.  

이 아짐이 오늘 사진 찍을 생각을 안 했으면 불쌍한 순덕이 오늘 특식은 다 뺏길 뻔했네...지영이 떡하니 제 밥을 먹고 있어도 차 밑에서 가만히 보고만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는 불쌍한 것.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장애란 것은 마땅한 제 권리도 주장치 못하게 하는, 짓지도 않은 채 짊어지게 된 죄와도 같은 것이구나... 내일부터는 아예 밥상을 두 개 차려 주꾸마. 

요염한 지영여사, 다시 집으로 들어와서 네 밥자리 꿰고 앉았거라, 순덕이 밥은 순덕이 먹게 두고... 나는 담북네 부부가 집 안에서 제 집처럼 호령호령하고 다니는 게 영 마땅찮아 죽겠는데... - 그런데 저 손바닥 만한 순덕 고양이 하나 잡아 들이지 못하고 포기했던 내 저질 체력과 정신력이 오늘도 새삼 원망스럽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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