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아이들과의 추억

제 3의 스토커 - 창 밖에 여자

비누바구니 2018. 3. 27. 09:00

집안에 사는 남자 고양이들 몹시 심심했는지

한 녀석은 식물이 있거나 말거나 삐대고 올라가(삐대다 : 한군데 오래 눌어붙어서 끈덕지게 굴다 - 대구 사투리인 줄 알았는데 표준어다)"집사야, 이 창문 좀 열어라~" 하고 계시고

다른 한 분은 집사 핸드폰을 깔고 앉은 것도 모자라 사료그릇에 손을 넣어 열낚시 중이시다

경철 고양이 분부 받잡고 고양이 형제가 항상 밖을 내다보는 그 창을 여니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이웃집 간이지붕, 어느 날인가부터 이곳이 예쁜이의 아지트가 되어버려 정작 예쁜이는 집안에 아이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고

내 얼굴만 어른거리면 저렇게 벌떡 일어나 무조건하고 이 쪽으로 건너 오는데 경철 고양이, 가까이 오지 말라고, 오기만 하면 잡아 먹어 버릴거라고 지롤지롤 난리난리... 요즘 사진들을 관찰하면 이 녀석 배가 울퉁불퉁 할 만치 만삭임을 알 수 있는데 경철이 하도 시끄러워 더 이상 오지 못하게 문을 닫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만삭인 아이 배 곯릴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암만 해도 내 얼굴이 온통 밥으로만 보이는갑다, 밥 먹자, 하지도 않았는데 게다가 겨우 두 시간쯤 전에 밥을 먹었는데 눈 마주쳤다고 무조건하고 건너와 빼꼼~ 

원래는 지영이네 아지트니 아무래도 그 때마다 눈치를 보면서도 기어이 건너와 자리를 잡는데 밥은 안 주고 사진만 자꾸 찍어대니 "머 내가 딱히 밥 달란 건 아니고~" 민망했던지 머언~산.

"아무리 아까 먹었다고 진짜로 밥 안 주는 기이가?" 의심이 가득한 마징가 귀

아이고야, 이누무 고양이 집사 신세, 집 안에 있는 스토커들도 모자라 이제는 창 밖에 여자까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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