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아이들과의 추억

지영이 아깽이 지봉이

비누바구니 2018. 1. 20. 19:00

성이 잔뜩 난 아깽이 목소리가 뒷마당을 돌아 담벼락을 치고 울려퍼진다. 우미니나 일경, 두경이 등을 기대하고 내다보니 뜨앗! 

마징가 귀를 한 지봉이와 무심해 보이는 우억이가 나란히 담장을 타고 있다. 잔뜩 마징가귀를 하고 있는 걸 보니 화가 나기도 한 모양인데, 저 냔이 그런다면 발정이다... 화 난 사정이야 어쨌건 인간 마음은, 우억이가 애비일 수 있는데, 이 일을 우짜지 우짜지 마음만 우왕좌왕 한 방에 잡아서 TNR 시켜주지 못할 바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데 우억이 앞장 서 가다 밥자리에서 돌연 훌쩍 뛰어내려 밥을 먹기 시작한다 

웬만하면 같이 내려가 먹지 가던 담장을 계속 걸어가면서도 돌아보며 앙칼진 표정으로 소리를 바락바락 지른다, 그림상으로는 돌아봐가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우억이에게 뭔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싶지만 목소리는 발정난 울음이다. 그런데 아깽이 목소리다. 발정이 나 원통해 원통해, 우는 소리는 분명한데 아깽이 소리다, 아이고 이 냐니야... 

그러거나 말거나 지봉의 아삐일 수도 있는 우억이는 열식사 중 

그렇게 원통해 하며 지봉이는 같은 담장을 따라 사라지고 짧은 식사를 마친 우억이 뒤따르려나 했지만 "우억우억" 울어 대면서도 다른 담장을 타고 다른 방향으로 사라진다. 그래 우억아, 아무래도 지봉이는 아닌 것 같다 그렇지?고양이들에게도 가족 윤리가 있는 건지 지봉이가 우억이에게 거절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러기를 바라는 인간의 마음이겠지... 지봉이 꼴을 보고나니 인간의 힘으로는 도리 없음에 심란하기 짝이 없는데 

인간 나이로 한 살, 고양이 나이로 네 살이나 더 어린 지봉이는 아이를 낳아보겠다고 악을 악을 쓰고 다니는데 이 얼뜨기 오빠들은 죽은 털뭉치 장난감 따위에나 목숨을 걸고 설쳐댄다. 삶의 아이러니... 201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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