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아이들과의 추억

꽃거지가 우억우억 - 대장 길고양이

비누바구니 2018. 1. 12. 19:00

아침에 밥 놓으러 가다 마당 한 복판에서

사실 요즘은 바깥아이들 보러 갈 때 아예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았는데 새를 저래 놓은 데다

보태서 온통 이렇게 밥그릇을 엎어 놔 손으로 끌어 치우다 문득 사진 찍어 고발이라도 해야 분이 풀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갖고 다시 와  찍은 것으로 애초보다 많이 치워진 상탠데, 요따구 짓을 해놓은 데다 그거 치우고 있자니 오데서 고양이 똥냄새가 솔솔~ 머시라, 고양이 똥냄새가 이렇게 지독한 줄 처음 알았다, 며 어디서 나는 건지 둘러보니 바로 밥상자 위, 똥꼬에 끼인 것을 질끈! 짜 놓은 듯한 똥이, 그러니까 바로 내 코 앞에... 엇헝~여름에 이런 짓을 계속하면 아랫집 총각이 싫어할 텐데 눈치 코치 염치 없는 시키들... 기왕에 위생장갑 낀 손이니 그 똥 집어 치우고 돌아나오다

새한테 해 놓은 짓이 하 어이가 없어 다시 한 방

그리고 집으로 올라오자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우억우억! (지영아 지영아!) 불러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 새 다른 녀석 발정 난 목소리도 들어 봤지만 이건 틀림없는 우억이다!

애저녁에 땅콩이 털려버린 집안에 있는 두 녀석들도 우억이의 예사롭지 않는 목소리와 포스에는 늘 꼬리를 채찍처럼 휘두르면서 강렬한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이 떡을 할 누무 창문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열리지 않는 것이냐?! 방충망을 통해 찍어 아이 모습이 온통 흐릿하다. 다행이다, 아이가 다른 곳으로 빠지지 않고 언제나처럼 담장을 타고 온다

우억아, 하니 기특하게도  달아나지 않고 얼굴을 보여준다 아따 시키, 징하게도 잘 생겼다!!! 좀 더 땡겨서 보니 온통 얼굴에 상처 투성이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마음이 놓였는지 엉덩이 붙이고 얌전히 앉아 순한 눈빛을 보여준다. 아따 시키, 징하게도 잘 생겼다!!! 그런데 이렇게 땡겨서 보니 온통 얼굴에 상처 투성이다. 근래에 다른 발정난 놈들도 들락거리더니 어디선가 엄청나게 한 판씩 하며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이 눔아, 노르웨이숲 고양이라 해도 속을 미모구먼 이 꼴은 꽃거지가 따로 없다이... 주책맞은 할망구, 저 출중한 미모 때문에 새삼스레 가슴이 미어진다. 방금 신선한 캔 따다 놨는데 뛰어내려 밥이라도 좀 먹지 (발정이 나면 밥을 잘 안 먹는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 우억이 뒤에 보이는 저 똥은 새똥이다, 아이들 밥 덕분에 조류 식구가 많이 늘었다 -

다시 나를 이윽히 올려다 보고 잠시 궁리를 하더니 지난 여름, 순덕이 포획 작전 때 기억이 났는가 - 그 때 포획틀 안으로 들어가는 이 놈을 내가 쫓았음 -

미련없이 저리로 훌쩍 뛰어내려 우억우억 가 버렸다...
날도 추운데 캔이라도 좀 먹고 가지... - 하지만 저 꼴을 하고도 이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견뎌 줘 장하고 기특해 캔 백 개라도 한 자리에 따 주고 싶을만치 고마운 마음이다. 아무리 힘 들고 춥고 덥더라도 우리 모두 올 한 해도, 다음 해도 또 그 다음 해도 건강하게 살아남도록 하자!!! 201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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