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아이들과의 추억

햇살 아래 길고양이

비누바구니 2018. 1. 9. 20:09

시린 길고양이 지영이, 집 마당에서 만나면 후다닥! 귀신이라도 본 듯 토껴버리는 건 일상다반사가 돼 버렸고 마트 가는 길에 쓰레기 내다놓는 길에 만나는 일이 드물지 않은데도 추위며 우울증이며 게으름 등이 사진 한 장 찍게 해주지 않아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던 중 설날 아침,

청소 중, 창문에 매달려 있던 울 똥괭이들이 움찔움찔 끼룩끼룩 하는 게 심상찮아 내다보니 지영여사, - 방충망 통해 찍어 아이 꼴이 덜 예쁘다 - 정신 놓고 딴짓을 하다 "지영아" 부르니 흘긋 돌아보고는

시큰둥, 제 하던 일에 다시 열중이다. 아그들은 다 우짜고 저리 혼자 댕기노? 어느날 새벽, 키앙키앙! 항의 하듯 소리를 질러대던 한 놈이 있어 대충 무사하다는 건 알지만 아침에 나가보니 밥이 한 톨도 없어서 그리 울었던 것 - 정답게 같이들 좀 다니면 보는 인간 마음이 얼마나 따땃하고 좋을까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는 이쪽의 눈길들이 부담스러웠던지 훌쩍 난간으로 뛰어오르는 아이 등에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

고양이, 햇살 아래 우리 고양이...

너무 집중한 나머지 똥 싸는 폼으로 불편하게 앉아 숨도 안 쉬는 듯 내다보는 철수와 움찔움찔 금방이라도 지영이를 쫓아 튀어나갈 듯한 경철이,

이 얼뜨기들 얼굴에도 따사로운 햇살이 떨어진다 "엄마, 쟤 갔어~"

이틀 정도 밥이 줄 때마다 예상 외로 똑 떨어져 있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 아이가 새로운 밥식구로 합류했고 외에도 두 새로운 아이가 더 보이는 탓인 듯하다

지영이는 식구가 불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듯 가끔 밥자리 다툼 소리가 높게 울려퍼지기도 한다. 몸이 건장한 것이 남자 아인가 싶다

내가 TNR 해주고 보살펴 주지 못할 바에는 남자아이라고 구박하지 않으련다, 니들에게는 그 잘난 밥 좀 준다고 유세 떠는 것 밖에 더 되겠냐...
누구라도 많이 먹고 건강하게만 지내거라! 아침에 밥 내다 놓으며 우연히 화단을 보니 온통 고양이 똥밭이라~~~  ^_____________^

그리고 이 무렵, 날이면 날마다 빼놓지 않고 볼 수 있었던 봐도봐도 웃음이 나고 귀여운 철수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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