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바구니 2022. 3. 24. 23:03

[내 고양이의 ...]

무릎 고양이, 귀찮음을 넘어설 정도로 무릎 고양이인 우철수 씨! 잠시라도 내게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으면 품에 올라와 안겼다가 화장실인가에 갈 일이 있어 나갔다 들어오니 아까 내려놓고 나간 모습 그대로 뒤통수를 보이면 누워있다. 이럴 때의 내 마음은 내가 아는 단어로는 표현이 다 안 된다. 더구나 이제 너도 나도 늙어가고 있다는 티를 부쩍 내는 중이라...

[바구니 작업을 시작하니 또 다라와 누웠다]

껌딱지답게 바구니 작업을 시작하면 여지없이 작업하는 자리에 따라와 움찔움찔 애교를 부린다. 바쁠 때는 이런 아이를 저어~리 밀어 내야한다. 지금 그리 미쳐내진 처량한 모습이다. 그런데 솔솔 자라고 있는 배의 털이 와중의 집사 마음을 조금은 안도하게 한다.

[대장 고양이의 민둥 배]

약이 효과가 있는지 털갈이 계절이라 역시 일시적인 개선을 보이는 건지... 우리도 아조딜이라는 좋은 약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경철이도 함께! (경철이 소변 상태는 아직 완전 정상이다. 가끔 숨소리가 거슬리거나 심한 귀의 가려움증을 호소할 때 집사가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이제는 형편만큼 최대한 덜 아프게, 통증 없이... 그렇게 마음이 많이 비워지고 있다.

[이제는 안아서 재워 달라는 신호]

새침 도도한 우경철 씨가 집사 코밑에 받치고 앉은 이유는 단 하나다. 안아서 재워 달라는 것. 이 녀석은 희한하게도 평생을 두고 단 하루도 변함없이 (한여름만 빼고) 집사가 팔을 내줘야 잠을 잔다. 밤 11시가 가까웠으니 이제 새벽에 제 풀에 불편해 침대 밑으로 들어가거나 할 때까지 집사는 꼼짝없이 그렇게 자야 한다. 팔만 내줘서 되는 게 아니라 제 쪽으로 집사가 몸을 돌려 감싸안는 자세가 돼야 편히 잠이 든다. 그러다 집사가 돌아누우면 귀신같이 깨어나 그쪽으로 따라와 팔을 벤다.

[컴터질을 방해하며 재워 달라고 하는 11세가 되어 가는 고양이]

오늘은 김창옥 tv를 좀 보려고 하는데 못 보게 한다. 이제 그만 잠자자고~ 그 와중에 나는 줏어듣는 말이 있다. 내 속에 아무리 좋은 것들이 쌓여 있어도 그것을 표현할 환경이 못 되면 서서히 곪아 상처가 된다는...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악다구니만 해야 통하는 환경에서 내 속에 좋은 것들이 서서히 곪아 상처가 되고 악다구니를 해야만 눈이라도 깜짝해주는 환경에서 망가져 버렸다는 걸 노년에 들어서서야 확실한 한 문장으로 깨닫는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 뿐이었던 것을.

[제 엄니 얼굴이 다가가면 외면하는 새침한 시키]

경철은 지금 내 옆으로 내려와 옆구리를 긁어대며 잠 자자고 삐약 댄다. 이러다 대장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두 녀석이 함께 집구석을 한 바퀴 뛰고 나면 우리는 잠자리에 든다. 다행인 것은 대장은 잠시 집사 품에 안겼다가 정말 편히 자고 싶을 때는 혼자 멀찌기 (그래 봐야 집사 발 사이지만) 자리를 잡아 그나마 좀은 편하다는 것.  지금은 경철의 삐약거림이 점점 애절해져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