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TV를 못 본다

비누바구니 2022. 3. 11. 00:42

매일 뉴스를 시작하기 시작하는 오후 시간이 되면 티브이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어제는(자정이 지났으니) tv를 켜놓고 절망적인 예상이 슬슬 올라오는 시각쯤에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었다.

[아이들 사진은 혹시라도 페이지를 열어보시는 분들을 위한 서비스다]

악몽에 또 다른 악몽에 아스팔트에 널브러진, 심지어는 시커멓게 불에 타 갈기갈기 찢긴채로 장대에 너덜거리고 있는 시체까지. 그리고 여전히 켜져 있던 티브이는 돌아볼 필요도 없이 꺼버리고 어찌어찌 다시 잠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나타나면 반드시 흉한 일이 생기는 제자였던 한 아이가 나타나 또 시건방을 떨며 나를 기가 막히게 하던 장면에서 다시 잠에서 깨어났다.

["야, 이거 네 바구니 아니야!" 절대 안 통한다. 저 표정 좀 보소]

그리고는 눈 뜨는 순간부터 법륜스님의 강의를 틀어놓고 듣던 안 듣던 요즘 나를 가장 크게 위로하고 들여다보고 내려놓게 만드는 그분의 말씀으로 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너는 바구니 짜라, 나는 멍 때리고 있을테니!]

그런데 결국 오늘은 매일의 루틴인 뉴스 듣기를 절대로 할 수가 없었다. 법륜스님의 말씀도 귀에 안 들어오고 위로도 안 된다. 물론 최선은 없었지만 내 기준에서 최악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아서 일찌감치 차악을 선택하고 잊어버리고 싶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이 또한 지나가리니... 를 되풀이하며 마침 티브이의 백라이트가 부분적으로 고장 난 참에 차라리 안 보고 말지.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새 티브이를 사고 켤 용기가 생기면 시간이 많이 지나 이래도 저래도 무관심해진 상태가 되겠지.

[아무 생각없다]

나도 아무 생각 없다. 그리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이번에는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마음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던 것도 사실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 위로라도 줄 걸, 그런 후회가 된다.

[앞으로 쏟아질 지경인데도 안 비킨다]

그냥 살자. 일도 자꾸만 밀리는데 까짓 거 바깥세상 내다보지 말고 살자, 그러고 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내 마음도 무뎌지겠지.

[경철의 귀청소는 그저께 7일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