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종이끈)으로 사람용 스크래처 만들다
그저께 글에 너덜너덜 마무리한 3단 매듭 지끈 바구니를 소개했었다. 같은 날 큰온냐의 또 다른 하소연이 있었는데, 적어도 6, 7년 전에 만들어 준 현관 앞(신발 벗고 중문을 열면 가장 먼저 발을 내딛는 곳) 매트, 종이로 만든 것이니 만큼 실용성은 제로이고 순전히 장식용으로 만들어 준 것인데 내내 "잘 쓴다, 잘 쓴다" 하더니 설명을 들은즉 "길이 들어 반짝반짝 윤기가 나면서 얼마나 멋스러운지~" 푸히힛! 웃기고 있네, 길이 들다니~ 안 봐서 모르겠지만 내 짐작에는 하도 몇 년 동안 드나들며 밟고 다녀 묻은 때와 몸무게에 의한 적당한 압착 효과가 그런 '가짜 멋스러움'을 만든 것 같구먼...
그런데 그렇게 멋있던 물건 위에 생각 없이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올려놓는 바람에... 설명할 필요도 없지럴~ ㅋㅋ 사람용 스크래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고양이용으로 만든 것 중 가장 크고 근사한 것 가져가라니 지는 또 매듭으로 마감한 건 싫단다. "바구니는 매듭 디자인이 좋고 마감은 매듭이 싫다!" 얼른 보면 수더분한 것 같지만 은근히 별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울 큰온냐다. 아무튼 매듭 바구니를 완성한 다음 마감재가 도착하면 스크래처를 함께 마무리할 생각으로 지난 새벽 3시까지 전력질주, 오늘(수요일) 오후에 위 그림의 모양으로 완성에 가깝게 짜고 나니 마침 마감재가 도착, 둘 다 엎어놓고 일단 바닥부터 바르기 시작했다.
본덱스 수성 바니시는 원래 목재용인데 종이도 어차피 나무로 만들어진 물건이라~ 하지만 목재용이니 만큼 종이에 그대로 바르기에는 너무 뻑뻑해서 내 맘대로 물과 희석해(희석하지 말라고 돼있다)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광을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뒤에 슬쩍 보이는 바구니를 보면 초벌 칠에도 벌써 약간의 광택이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사람용 스크래처를 정리하고 희석한 바니시를 바르는 중인데 물이 들어가면 붓질할 때 이렇게 치약 같은 거품이 생긴다. 본덱스 측은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게 하라지만 이건 종이이기 때문에 다 흡수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ㅋㅋ 해놓고 보니 고양이용 바구니 스크래처, 사람용 바구니와 스크래처 - 내가 만드는 물건들의 공식이 생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스크래처 역시 언니가 원하는 대로 너덜너덜하게 마감했다.
이 바구니는 맨 아래의 매듭이 다리? 또는 받침대 역할을 해서 다른 바구니와 다르게 바닥이 뜨는 형태가 돼 나름 특이한 매력이 있긴 하다.
초벌한 다음 다 마르기를 기다려야 하지만 그냥 두, 세 번 연거푸 바구니 거의 젖도록 마감재를 바르고 끝. 그렇잖아도 촘촘히 짜인 바구니에 바니시를 넉넉히 발랐기 때문에 다 마르고 나면 거의 돌덩이처럼 단단해질 것이다. 사실 이것이 내 지끈 바구니 내구성의 비밀이다 - 촘촘히 짜기와 마감재질 꼼꼼히 하기
스크래처 : 길이 60cm 넓이 42cm, 바구니 : 지름 35cm, 높이 13.5cm. 이 물건 주인은 내일이나 언제든 찾아가시기 바람~ (내가 중간 지점에 있는 공원까지 갖다 줄 수도 있음) ㅎ
집사가 내내 이 짓을 하고 있으니 고양이 형제는 이제 집사는 인간 취급도 하기 싫다는 듯 즈들끼리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한 넘이 다른 한 넘 엉덩짝 털을 그루밍 해주다 자다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역시 집사의 관심이 멀어지면 저희들끼리 사이가 좀 나아지는 것 같다는 그간의 느낌이 어느 정도 맞다는 것을 확인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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