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도 시장이 반찬?

어제 올린 꼭지를 쓰면서 같이 등장 시킬 만한 사진이 있나 찾아보다가 '하아~ 이 녀석들 밥 먹는 버릇 때문에 이렇게 애 먹은 적도 있었지' 새삼스레 또렷하게 기억나게 만드는 일련의 장면들이 앨범 속에 있어 오늘의 꼭지로 만들었다. 해마다 여름이 시작 되면 입맛이 없어지는 건 고양이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이 때의 기록으로 다시 한 번 증명이 됐다 

다행히 이번 여름은 별 트러블 없이 우리들이 보낸 여름 중 가장 쉽게 넘겼다고 할 수 있다. 첫 해 여름은 물론 금새 태어난 햇것들이라 뭐든 주는대로 환장을 하고 먹어줬기 때문에 가장 보내기가 쉬운 데다 재미 있기까지 했지만.


***********

도대체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난다, 우리집 식사시간 그림이 이렇게 바뀌기 시작한 것이... 다른 집 아이들은 집사가 때를 잊거나 놓치면 밥상머리에 앉아 하염없이 해바라기를 하거나 밥그릇을 엎어버리는 행패를 부리는 등 식사예절이랄지 질서랄지 나름의 체계가 다 있는 듯 보이던데 우리집은, 

바구니 속 고양이

고양이가 누워 있는 곳으로 밥을 갖다 준다. 

"고양느님~ 진지 드시옵소서~~~" 

"......"

밥 안 먹는 고양이

밥냄새가 퍼지고 사진 찍는다고 불이 번쩍이는데도 꼼짝을 않는다

"철수야 밥 먹어~"

"끄으응~"

카메라 불빛에 겨우 고개를 든 고양이

주무시는데 밥을 들이밀으니 그렇지, 하시겠지만 천만에! 안 주무신다는 거 눈으로 확인하고 드린 것으로 밥그릇 놓인 쪽을 보고 계시다가 갖다 놓으니 외면하고 눈을 감으신 것이다. 카메라 불빛에 겨우 고개를 든 고양이, 바구니를 툭! 치며 "야! 밥 먹어!" 집사가 세게 나가니 비로소 "응...?"

벌렁거리면서 일어나지 않는 고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콧구멍만 벌렁거리면서 일어나지 않는 고양이, "밥 먹으라규우!!!" 언성을 높여도 눈도 깜짝 않는다. 콧구멍만 계속 벌름벌름, 절대 일어나실 생각이 없는 채로 십 수 초가 흐른다. 째깍째깍...

바구니를 180도 돌려 등을 일으켜 세우니 겨우 일어나는 고양이

그래도 끝내는 일어나셨네! 라고라? 천만에 만만에 콩떡!!! 인간이 낑낑 바구니를 돌려 고양느님 코가 밥그릇을 향하게 만든 다음 그릇을 코 밑에 들이밀어 냄새를 맡게 하고 등을 밀어 일으켜 세운 것이다.

할 수 없다는 듯 맛 없이 조금 먹어주는 고양이

윗눈꺼풀을 일자로 길게 뜨고 -세모 눈- 있는 건 못마땅하심을 시사하는 것이다. 안 드실 것도 아님서 이렇게나 늙은 집사를 애면글면하게 만드시는 이유가 뭣일까...

의자 위로 배달 된 고양이 식사

이것은 또 다른 풍경으로 식탁에 밥을 차려놔도 두 녀석 모두 본 체 만 체, 의자 위에 한 쪽 다리 들고 척 누워 계시는 걸 다시 다른 의자 동원해 코 앞에 들이밀어 일어나신 것.

밥을 무시하는 난청 고양이

이런 현상은 우리집 식신이라고 다르지 않다. 더워서인지 비교적 차가운 방바닥에 널부러져 계시기를 즐기는 이 분, 아무리 손짓을 하고 방바닥을 두드려도( 안 들리시니 이렇게 신호를 한다) 꿈쩍도 않으시길래 누워 계신 바로 곁에다 밥상을 차려드려 벌떡 일어나시기에 "시장 하셨지요? 진지 드셔요" 했더니

누워 계신 곳으로 밥 배달을 하니 벌떡 일어나는 가 버리는고양이

밥그릇은 일별도 않고 저벅저벅... 제대로 무시해 주신다. 밥 시간도 따로 있고 즈들 번듯한 식탁도 따로 있는데 도대체 이런 풍경은 언제 어떤 이유로 펼쳐지기 시작한 것일까...


여름마다 철수가 입맛을 잃는다는 것과 얼마 전 경철이 아팠던 이 후로 이 분들 뜻이 아니라 인간의 노심초사 또는 노파심으로 극심해진 것은 알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이런 현상은 지속적으로 있어왔으니 늙은 집사 끼니 때마다 밥그릇 들고 녀석들 따라다니기가 너무나 고달프다. 

흥, 이 여름만 지나 봐라, 요 떡을 할 누무 시키들!!! 고양이의 교황이라 불리우는 유럽의 저명한 박사께서 "고양이에게도 시장이 반찬이다, 배 고파할 기회를 주라. 배가 고플 때 먹는 음식이 고양이에게도 가장 행복하고 맛있다" 했는데 그 수칙을 어겨 댓가를 치르는 중인지 또는, 젊었을 때 울 큰 온냐가 밥그릇 들고 새끼 뒷꽁무니 따라다닌다고 지롤지롤 욕을 해댔더니 지금 그 벌을 단단히 받는 것인지...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RSS수집, 단순링크와 썸네일만 허용함]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