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이 고양이만도 못한 집사

※ 제목의 "시근"은 경상도 사투리로 "분별력, 판단력"이란 뜻이다


어제는 귀청소 사건으로 세 식구가 모두 스트레스 만땅이었는데 철수 고양이는 지난 밤에 벌써 마음을 풀었고 경철 고양이는 오늘 오전까지 침대 밑에 들락거리다가 딱 24시간이 지난 오후 2시에야 완전히 밖으로 나왔고 저녁 시간인 지금은 가는 곳마다 다시 빽빽거리며 따라다니기 시작했는데 집사만 아직 스트레스에서 눈꼽만치도 놓여나지 못한 것 같다

시근(분별력)이 고양이만도 못한 집사

굳이 변명을 하자면 좀 무심해도 되는 일인데 아이들 일거수일투족을 곁눈질로 관찰 하다가 괜찮아지니 긴장이 풀려 넉다운이 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어제 붙잡고 할퀴고 소동을 부리느라 미진했던 귀청소를 조만간 다시 한 번 해야 개운할 것 같아 그 짓을 또 할 생각에 미리 받는 스트레스인 모양이다.

댕댕이들처럼 집사가 하자면 뭐든 유순하게 따라주면 병원에 가는 편이 확실한 진단도 받고 귀청소도 한 방에 하고 좋으련만

댕댕이들처럼 집사가 하자면 뭐든 유순하게 따라주면 병원에 가는 편이 확실한 진단도 받고 귀청소도 한 방에 하고 좋으련만 병원 행차 한 번 하려면 즈들이나 집사나 목숨을 반은 내놓고 (하도 나 죽는다고 지롤들을 하기 때문에) 움직여야 하니 죽을 병 아닌 다음에야 도무지 갈 엄두가 나지않고...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

이래저래 불편하고 복잡한 마음에 엎어져셔 스크래처만 짜고 있었더니 손톱이 아프도록 손은 땡땡 부어오르고

이래저래 불편하고 복잡한 마음에 엎어져셔 스크래처만 짜고 있었더니 손톱이 아프도록 손은 땡땡 부어오르고

고양이 형제는 뭐 하라고 만드는 것인지 이런 건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귀신같이 알아차려

고양이 형제는 뭐 하라고 만드는 것인지 이런 건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귀신같이 알아차려 

손바닥 만큼 짰을 때부터 오늘까지 오며가며 야무진 스크래칭 한 방씩 때려 주신다

이 전에 말 했다시피 손바닥 만큼 짰을 때부터 오늘까지 오며가며 야무진 스크래칭 한 방씩 때려 주신다 - 이 그림은 귀청소 전 날인 그저께의 장면이다

게다가 스크래처 쟁탈전이 벌어지기까지 하는데

게다가 쟁탈전이 벌어지기까지 하는데, 경철의 이 모습은 (이 봐라 집사, 이야기가 또 옆길로 샌다) 스크래칭에 열중이다가 검은 그림자가 주변을 슬슬 돌며 어슬렁어슬렁 하니 바짝 졸아 경계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맛깔나게 하던 스크래칭도 멈추고 얼음이 돼 눈길을 피하며 앉았다.

맛깔나게 하던 스크래칭도 멈추고 얼음이 돼 눈길을 피하며 앉았다. 경철아, 엉아가 그렇게 무섭나... 딱하지

"야, 비켜!"

"안 해, 니가 비켜!"라고 제법 대거리를 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옙!" 했던 모양으로

순식간에 스크래처는 철수 고양이 차지가 돼 버렸다

순식간에 스크래처는 철수 고양이 차지가 돼 버렸다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 이렇게 열심히 애용해 주시는 덕분에 완성을 보면 이미 너덜너덜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드는 작업도 귀청소 전 날 저런 사이즈였던 것이

철수 고양이는 내가 스크래처 일을 하거나 말거나 얼굴이나 엉덩이나 반드시 어느 한 곳은 스크래처에 몸을 붙이고 있다.

스트레스 덕분에 이틀 동안 이런 성장을 보였으니 짜 온 날짜 만큼만 더 애 쓰면 완성을 볼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철수 고양이는 내가 스크래처 일을 하거나 말거나 얼굴이나 엉덩이나 반드시 어느 한 곳은 스크래처에 몸을 붙이고 있다. 일을 방해하자는 심보인지 스크래처가 너무 좋아 그러는 건지 맹한 집사는 알지 못하다가 방금 좋은 답을 얻었다 - 손톱까지 아프도록 손이 붓는다니 쉬라고 그러는 것이여~ 어째 시근이 고양이만도 못한겨

사실은 지끈 스크래처 만들기 이 전에 판때기에다 면줄을 꽁꽁 감아

사실은 지끈 스크래처 만들기 이 전에 판때기에다 면줄을 꽁꽁 감아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시작한 것이 지끈 스크래처였다

이렇게 만들어 줬더니 두 녀석 모두 멀뚱멀뚱 "이 뭣에 쓰는 물건인고?" 하고 있다. 내가 손으로 까닥까닥 소리가 나게 뜯으면서 "이거 하라고오~" 해도 "너나 해라"는 반응 -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시작한 것이 지끈 스크래처였다. 저거 탱탱하니 감는 일도 만만찮았는데 

진작에 쓸 만한 걸 만들지 괜히 꼼수를 부려 고생만 이 중으로 하고 있다 - 그러니까 이래도 저래도 시근이 고양이만도 못한 집사지.

진작에 쓸 만한 걸 만들지 괜히 꼼수를 부려 고생만 이 중으로 하고 있다 - 그러니까 이래도 저래도 시근이 고양이만도 못한 집사지...


그러나 저러나 귀청소를 다시 한 번 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녀석 모두 더 이상 귀를 긁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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