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끄러운 게냐, 그러한 게냐?

5년 전 6월의 어느 날이다. 컴컴한데 불도 켜지 않고 컴터질을 하다가 문득 고양이 형제가 예외적으로 한참 동안 조용한 듯 느껴져 주변을 살피니

피아노 뚜껑 위에 나란히 앉아 정답게 부비부비를 하고 있었다

피아노 뚜껑 위에 나란히 앉아 정답게 부비부비를 하고 있었다, 그루밍이 아닌 부비부비(이쪽저쪽 뺨을 맞추고 냄새 맡는 등의) 하는 꼴은 본 적이 없었던 터라 허둥지둥  캄캄한 방에 불 켤 새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더구나 경철 고양이는

순식간에 양끝으로 갈라져 두 녀석 모두 "허어~ 이것 참 낭패로군..." 더구나 경철 고양이는 "흥, 내가 언제?!" 완전 도도한 표정으로 시치미를 뗀다. 아니, 형제 간에 부비부비하는 게 무에 그리 부끄러워 할 일이라고?!

그러나 철수의 이 지나치게 절망스런 포즈는 경철이 오히려 기분 나빠할 것만 같은

지나치게 당황하는 걸 보니 혹시 느그들 게이 형제냐? 그래도 난 상관 없다, 이 할미는 적어도 사람의 모든 정체성에 대해 편견이 하나도 없는 사람잉게! 그러나 철수의 이 지나치게 절망스런 포즈는 경철이 오히려 기분 나빠할 것만 같은,

철수 고양이의 오버 액션에

철수 고양이의 오버 액션에 "내가 부끄럽냐, 그런 게냐?" 하는 눈길을 보내는 듯한 경철 고양이 - 아아, 이런 기분 나도 내 풀에 두어 번 정도 경험 했던 같아, 가족과 남친에게서... 말하다 보니 또 있네 - 어제 내 글이 멋대로 불려 나갔다 멋대로 사라진 것, 아주 가끔 와서 아무 비밀스런 내용도 없는데 비밀댓글 다는 이웃, 자신을 언급한 글이 싫으니 지워 달라는 이웃, 이럴 때도 내게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부끄러운 게냐, 그런 게냐?"

내가 부끄러운 게냐, 그러한 게냐?

그리고 이 글 말미에 '1년 반 가량 지독하게 혹사 당한 내 똑딱이는 이제 수명을 다한 걸까 어둠 속에서 찍은 사진은 물론이려니와 빛 좋은 날에도 노이즈 빵빵 뿜어대며 초점조차 맞추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내 마음이 변한 걸까... '이렇게 써놓았던 걸 보니 슬슬 카메라를 바꾸고 싶어 안달을 내기 시작하던 때였던 듯하다. 겨우 셔터스피드 하나 배워서 그거 높이면 움직이는 피사체가 좀 더 선명하게 나온다는 것 하나 배우고는 잘 났다고 카메라 탓을 하던, 그러고도 아마 몇 달은 선뜻 바꾸지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었던 기억이 난다


뜬금 없지만 오늘은 우리나라 역사가 새로 쓰일 수 있는 참으로 중요한 날이다. 개인적인 행 불행은 뒤에 두고 (사실 이것이 개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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