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무엇으로 만들어진 동물?

"고양이는 무엇으로 만들어진 동물"이냐고 퀴즈처럼 제목을 달았지만 학자들이 보면 0.5초도 지체 없이 대답들을 하실 것이다 "귀!!!"

 

고양이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어쨌는지 상관없이 집사 된 인간은 평소에 데면데면, 한 걸음 더 나가면 하악질이 난무하는 두 고양이 형제가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올 만한 장면이면 그저 환장하고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나란히 숨숨집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 형제]

그저께는 별 내용 없이 그냥 두 녀석이 한 숨숨집씩 차지하고 들어앉은 것만도 무조건 무조건이야~ 그런데 오늘,

[아래 위로 나란히 앉은 고양이 형제]

오잇!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집사는 무조건 카메라부터 찾아든다. 요즘 들어 철수가 여기저기 이 바구니 저 바구니 이 캣폴 저 숨숨집, 이런 식으로 돌아다니면서 앉아있기를 즐겨해 오랜만에 얻어걸린 장면이다. 경철 고양이가 숨숨집 지붕에 앉아있는 건 일상다반사이지만 철수 군이든 누구든 TV 아래 바구니에 자리 잡은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기 때문에 이런 구도는 아직 한 번도 못 봤던 것. 철수는 아련한 눈빛으로 집사를 바라보고 경철은 아무 생각 없이 졸고 앉았는데,

[졸다가 갑자기 각성한 표정이 된 경철]

집사가 거의 연사 수준으로 철퍽거리며 사진을 찍어대자 철수는 "에이, 또 시작이다~" 며 무시하는 듯 눈을 스르르 감아버리는데 아, 아래에 앉은 이 하얀 녀석 귀 좀 봐라? 어차피 난청이라는 장애 더하기 이개혈종 수술 후 외적인 장애까지, 중복 장애를 겪고 있는 경철의 귓뿌리가 "삐죽"일어선다? 이것은 곧 제 나름 귀를 뾰족하니 세워 긴장을 한 것이다. 왜 갑자기?

[집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경철]

아마도 별 거 아닌 장면에 집사가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틀림없이 뭔가 있다"는 짐작을 하게 한 것인지 사태를 파악 하려는 듯 집사를 정면으로 빤히 한 번 쳐다보더니

[나란히 앉은 모습이 그림 같이 사랑스러운 고양이 형제]

이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고양이의 시야는 사람보다 훨씬 넓어서 저 정도만 돌려도 제형이 저 위에 있다는 것이 얼핏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무심한 대장 고양이와 소심한 막내 고양이]

"어, 네가 거기 있었어?" 옆눈으로 보인 제 엉아의 존재를 확실하게 확인하려는 듯 거의 180도로 고개를 돌려 올려다보더니

['기분 더럽다' 표정의 경철]

저 똥 씹은 듯한 표정 좀 봐라... 긴 설명 보탤 필요 없이 두 형제의 사이가 어떤지 금세 짐작이 갈 것이다.

[숨숨집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경철]

"에이 띠뽕! 재섭서서 내 세상없어도 여그는 안 있을란다" 그렇게 뛰어내리는 늘 당하는 넘 심정이야 어떻든 집사는 에이 그 넘 시키 성질 함 더럽다! 가 절로 나온다 ㅜ.ㅜ 아까 초반에 세울 수도 없눈 귀를 기어기 뿌리부터 세워 올리려는 시도를 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나는 저 시키가 시러!" 하지만 누가 먼저인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어느 한쪽이 먼저 앉은자리에 나머지 녀석이 올라갔을 터인데 지금 저럴 거면 진작에 피하지 왜? 야 아들도 이제 집사만큼이나 늙어서 뭐든 한참이나 있다가 인식이 되고 반응도 느리고 그런 것인가 싶다.

[졸다가 눈을 뜬 대장 고양이]

경철이 뛰어내리는 기척에 졸다가 스르르 눈을 뜬 우리의 장남이자 대장 고양이 "엄니 지금 뭐가 지나갔쎄여?"

[화난 얼굴로 한 쪽 귀만 방향을 바꾼 철수]

집사가 채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고양이 삼신, 귀로 먼저 알아차린다. 왼쪽 귀가 대번에 경철이 움직인 방향으로 휘릭  돌아가고 이번에는 대장 고양이가 똥 씹은 표정이 된다. 울 엄니가 늘 하시던 푸념처럼 집사가 죽어 없어져야 이 녀석들이 제 핏줄 귀한 걸 알게 될까... ㅎㅎ 아무렇건 간에 귀 하나로 온갖 미묘한 감정과 순간을 다 표현하고 잡아내는 고양이들이란 "귀로 만들어진 동물"이라는 학자들의 말이 딱!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사족: 나는 학자들의 말을 무조건 믿지는 않는다. "고양이에게도 간헐적 단식이 건강에 이로워 하루에 한 끼만 먹이는 것이 좋다"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기사를 보고 댓글로 흥분해 내 나름 지롤지롤 화를 냈던 일이 있었던 이 후로 더더욱 믿지 않게 됐다. 고양이에게 하루에 한 끼라니 연구결과야 어떻든 고양이 삶의 질은 어찌 될까 고려나 해보고 한 연구인지... 더하기 빼기 한 숫자만 믿는 냉혈한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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